IMR Acoustics
R2 Aten / R2 Red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 새로운 영역에 도달한 이어폰
Editor: Mooje Lee
현재 이어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드라이브 방식은 ‘무빙코일 다이나믹’ 방식과 ‘BA 드라이버’ 방식으로 양분되어 있다. 극히 드물게 정전식 평판 드라이버 방식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어폰 크기의 한계와 더불어 전용 앰프가 필요하다는 단점 때문에 시장에서 의미있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을 본거지로 하는 ‘IMR Acoustics’는 압전형 세라믹 콤포지트 드라이버와 베릴륨 필름 드라이버를 조합한 독특한 다이나믹 드라이브 방식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큰 범주 안에서는 무빙코일 다이나믹에 속하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방식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도전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로 빠른 순간응답반응과 넓은 주파수 대역을 실현시켰을까? 시장은 이미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듯 하다. 시장에 큰 충격을 던져줬던 초창기 제품들에 비해 완성도가 한층 높다는 평가다.
‘독이 든 성배’ 베릴륨 드라이버
베릴륨은 진동판으로 가공할 수 있는 금속 중 가장 가벼우며 강도가 뛰어나다. 이런 특성은 빠른 순간응답반응과 더불어 광대역 재생과 높은 SPL을 동시에 실현시킬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무엇보다도 공진 주파수가 진동판으로 주로 쓰이는 경쟁 재질인 티타늄이나 알루미늄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가청주파수 이상으로 넘어가게 되며 이에 따라 자극적이지 않으며 부드러운 음색을 갖게 된다. 이런 특성 덕에 베릴륨은 진동판 재질에 있어서 ‘최후의 성배’라고 불린다.
이렇게 완벽한 베릴륨이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유명한 베릴륨의 단점으로는 바로 ‘독성’이다. ‘베릴륨증’으로 알려진 폐질환을 유발하며 장시간 노출시에는 높은 확률로 암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위험성 면에서는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을 가볍게 능가한다. 이 때문에 다른 한 편으로는 ‘독이 든 성배’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이미 스피커나 헤드폰 등에 적지 않게 사용되는데, 이에 따른 문제는 없을까? 베릴륨 독성의 문제는 ‘분진’에서 발생하는데, 이미 가공이 끝난 상태에서 운용되는 베릴륨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 못한다. 이런 특성 덕에 마모가 되는 기계 부품이나 공구류로 사용이 제한되는 것일 뿐, 파손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분야에서는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사고나 부주의 등으로 베릴륨 부품이 파손되었을 경우에는 취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쨌든 베릴륨 진동판으로 가장 유명한 제조사는 역시 ‘Focal’일 것이다. 이들은 오래 전부터 스피커의 트위터 진동판에 베릴륨을 사용해왔으며 라인업을 확장하며 내놓은 플래그십 헤드폰에도 베릴륨 진동판을 적용해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IMR Acoustics(이하 IMR)은 베릴륨 적용에 있어서 이어폰 분야에서만큼은 선두주자라고 할만하다. 창립 초창기부터 베릴륨 드라이버와 세라믹 피에조 드라이버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유닛으로 명성을 떨친 것이다. IMR 제품 특유의 기능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과 신기술을 적용한 드라이버의 조합은 이미 적지 않은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다. 이들이 이번에 내놓은 R2 Aten과 R2 Red는 IMR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베릴륨-세라믹 하이브리드 드라이버 기술을 한층 더 완성도를 높여 적용한 제품으로 빠른 순간응답반응과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고역, 넓은 주파수 대역을 모두 실현시켰다.

R2 Aten은 오픈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하우징은 유광 크롬 처리되어있고 10~50kHz의 광활한 주파수 응답을 보여준다.

밀폐형인 R2 Red는 Aten에 비해 고음이 살짝 빠지고 저음역이 뭉쳐있는 느낌이다. 역시 광대역 주파수 응답을 보여준다.
탄탄하고 쓸모있는 구성
가격대로 따지면 IMR R2 시리즈보다 훨씬 비싼 하이엔드 이어폰들이 많다. 하지만 IMR은 나름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구성의 풍부함을 포기하지 않는 방향을 선택한 것 같다. 나일론 패브릭으로 마감된 폼 케이스를 열면 이어폰 본체와 더불어 폼과 실리콘, 두 가지 방식의 다양한 사이즈의 이어팁을 모두 준비했으며 3.5mm 커넥터를 갖춘 케이블과 2.5mm 밸런스드 케이블이 동봉된다. 물론 프로페셔널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1/4인치 TRS 젠더도 갖췄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중고음 반응을 변경할 수 있는 노즐이다. 이런 류의 노즐 교체형 제품들은 일반적으로 고음을 감쇄하는 필터 정도만 제공하는데, R2 시리즈에 제공되는 것은 두 종류로, 하나는 저음 반응을 조절하는 ‘Lower Stage Filter’, 나머지 하나는 고음 반응을 조절하는 ‘Upper Stage Filter’이다. 두 가지 필터 모두 분실하거나 망가지지 않도록 전용 금속 프레임에 잘 체결되어 있어 보관도 쉽다.
원리를 자세히 살펴보니 Lower 필터의 경우 사이드에 뚫린 타공의 크기에 따라, 그리고 중간 필터의 유무에 따라 기계적 임피던스가 조절되어 이어폰 내부 체적을 조절하는 효과를 내는 듯 하다. 그리고 Upper 필터는 노즐 교체 방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이컷 필터이다.
이렇게 튜닝 포인트를 두 군데로 잡았기 때문에 굉장히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기본 셋팅은 저음이 다 열려 있고 중고음 반응이 적당히 감쇄된 블랙 필터가 달려 있는데, 필자의 취향으로는 Upper는 블랙필터 그대로, 그리고 저음은 다소 감쇄하는 레드나 골드 필터가 잘 맞는 것 같았다.
동봉된 케이블의 퀄리티는 최상급이다. 따로 더 길거나 아니면 아예 다른 방식의 케이블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교체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특히 프로페셔널 환경에서의 사용을 고려했을 때 내구성과 음질 모두 뛰어난 케이블 구성은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전반적으로 케이스를 비롯해 모든 구성이 정말 ‘혜자’스러우며 가격을 고려하면 더욱 만족스럽다. 굳이 단점을 꼽는다면 폼케이스에서 이어폰 본체를 꺼내기가 다소 어렵다는 점 정도랄까. 이 정도는 단점 축에도 끼지 못한다. 구성만큼은 10점 만점에 10점을 아낌없이 주고 싶다.

IMR Acoustics의 인이어 R2 Aten과 R2 Red의 구성품. 중고음 반응을 변경할 수 있는 교체형 노즐이 눈에 띈다.
모던-오픈 사운드의 극치
R2 Aten, 그리고 R2 Red. 구성이 완벽히 같은 두 제품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오픈형인지 클로즈드인지의 여부다. 일반적으로 인이어로 출시된 제품은 100% 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클로드즈 타입을 취한다. 사실, 인이어에서 ‘클로즈드’, 혹은 ‘밀폐형’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필자에게는 매우 생소한 일이다. 당연히 ‘클로즈드’요 ‘밀폐형’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IMR은 이 편견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런 구성에 굳이 고정관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오픈형이면 어떻고 클로즈드면 또 어떤가? 고객이 필요로 하고 기능성만 충족된다면 모든 제품은 제 나름대로 존재 이유가 있는 법이다.
어쨌든 오픈형인 R2 Aten을 살펴보면 남성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IMR 특유의 디자인이 돋보인다. 보자마자 ‘나 오픈형이요’를 외치는 듯한 하우징은 그릴 부분이 유광 크롬 처리되어 있어서 더욱 눈에 띈다.
소리를 듣기 위해 귀에 걸자마자 드는 느낌은 ‘광활하다’는 것이다. 스펙상 10~50kHz에 이르는 미친듯한 광대역은 오픈타입이라는 구조에 힘입어 놀라운 개방감과 공간감, 그리고 해상력을 제공한다. 저음은 한계점까지 치고 내려가며 고음은 끝을 모를 정도로 뻗어나간다. 게다가 중요한 점은 이게 소위 ‘V’자 셋업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중음은 절대 뒤로 물러나거나 마스킹되지 않는다. IMR이 기술적으로 중요한 진보를 이뤄냈다는 점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굳이 단점을 따지자면, 지나치게 현대적인 스펙 덕에 소위 말하는 ‘따뜻한 느낌’이 다소 부족한 점이랄까. 그 외에는 단점을 찾기 힘들어서 다소 당황스러웠다. 아! 또 하나의 단점이라면 프로페셔널의 믹싱 작업이 다소 곤란해지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이어폰/헤드폰과 현격히 다른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작업에 사용하려면 적응이 좀 필요하다. 또한 오픈형이라서 가진 당연한 단점을 R2 Aten 역시 모두 지니고 있다. 차음이 잘 되지 않으며 내 소리가 바깥으로도 잘 새어나가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겠다.
밀폐형인 R2 Red를 들어보면 역시 클로즈드 타입이 갖고 있는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어서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아래쪽까지는 다소 덜 뻗어있으나 좀 더 피크감이 느껴지는 저음, 그리고 살짝 롤-오프된 듯한 고음이 그것이다. 그러면서도 놀라운 점은 전반적인 음색의 통일감을 유지해 R2 Aten과 비슷한 음색이라는 것이다. R2 Aten에서 고음 살짝 내리고 약간 저음이 뭉쳤다고 생각하면 딱 맞다. 이에 따라 필자 취향으로는 저음이 더욱 빠지게 하는 보라색이나 녹색 필터를 사용하는게 취향에 좀 더 맞았다. 사실, 기본적으로 고음이 지나치게 잘 나오는 이어폰이라서 Upper 필터는 원래의 블랙에서 따로 교체할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했다. 어울리는 장르는 보컬곡에서도 표현력은 여전히 좋으나 역시 연주곡들, 특히 대편성 연주곡들이 드라마틱하게 잘 표현된다. 이런 특성에 맞춰 영화 감상이나 게임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준다. 매우 현대적이지만 사용범위가 넓은 그런 이어폰이라고 하겠다.

두 제품 모두 2.5mm 밸런스드/3.5mm 단자의 2가지 케이블이 제공된다.

베릴륨과 세라믹 하이브리드 드라이버 기술이 적용된 R2 Aten과 R2 Red 인이어 R2 Aten과 R2 Red의 구성품.
전혀 새로운 경험이 필요할 때
기존의 이어폰과는 무척이나 결이 다른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입문자보다는 새로운 경험이 필요한 중상급자에게 꼭 시도를 권해보고픈 이어폰이다. 제품 자체가 가진 성능이 원체 뛰어나지만 그 이상으로 구성이나 디자인, 내구성 등도 탄탄하기 때문에 소유의 만족도 높다. 입문자에게 권하지 않는 이유는? 사실, 권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다만, 처음부터 이 제품에 익숙해진다면 다른 제품들이 ‘오징어’로 느껴질 확률이 높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R2 Aten과 R2 Red 모두 그렇게 차음성이 아주 뛰어난 것은 아니다. 본인의 사용 용도를 잘 고려해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교체형 노즐별 주파수 응대 대역 그래프와 컬러별 상세 사용방법이 적힌 설명서 카드가 함께 제공된다.
Photographer: Sunwoo Lee
CONTACT |
수입사 | (주)다미노 |
TEL | 02-719-5757 |
HOME | www.damino.co.kr |
PRICE | R2 Aten 760,000 KRW / R2 Red 672,000 KR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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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R Acoustics
R2 Aten / R2 Red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 새로운 영역에 도달한 이어폰
Editor: Mooje Lee
현재 이어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드라이브 방식은 ‘무빙코일 다이나믹’ 방식과 ‘BA 드라이버’ 방식으로 양분되어 있다. 극히 드물게 정전식 평판 드라이버 방식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어폰 크기의 한계와 더불어 전용 앰프가 필요하다는 단점 때문에 시장에서 의미있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을 본거지로 하는 ‘IMR Acoustics’는 압전형 세라믹 콤포지트 드라이버와 베릴륨 필름 드라이버를 조합한 독특한 다이나믹 드라이브 방식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큰 범주 안에서는 무빙코일 다이나믹에 속하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방식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도전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로 빠른 순간응답반응과 넓은 주파수 대역을 실현시켰을까? 시장은 이미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듯 하다. 시장에 큰 충격을 던져줬던 초창기 제품들에 비해 완성도가 한층 높다는 평가다.
‘독이 든 성배’ 베릴륨 드라이버
베릴륨은 진동판으로 가공할 수 있는 금속 중 가장 가벼우며 강도가 뛰어나다. 이런 특성은 빠른 순간응답반응과 더불어 광대역 재생과 높은 SPL을 동시에 실현시킬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무엇보다도 공진 주파수가 진동판으로 주로 쓰이는 경쟁 재질인 티타늄이나 알루미늄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가청주파수 이상으로 넘어가게 되며 이에 따라 자극적이지 않으며 부드러운 음색을 갖게 된다. 이런 특성 덕에 베릴륨은 진동판 재질에 있어서 ‘최후의 성배’라고 불린다.
이렇게 완벽한 베릴륨이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유명한 베릴륨의 단점으로는 바로 ‘독성’이다. ‘베릴륨증’으로 알려진 폐질환을 유발하며 장시간 노출시에는 높은 확률로 암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위험성 면에서는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을 가볍게 능가한다. 이 때문에 다른 한 편으로는 ‘독이 든 성배’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이미 스피커나 헤드폰 등에 적지 않게 사용되는데, 이에 따른 문제는 없을까? 베릴륨 독성의 문제는 ‘분진’에서 발생하는데, 이미 가공이 끝난 상태에서 운용되는 베릴륨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 못한다. 이런 특성 덕에 마모가 되는 기계 부품이나 공구류로 사용이 제한되는 것일 뿐, 파손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분야에서는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사고나 부주의 등으로 베릴륨 부품이 파손되었을 경우에는 취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쨌든 베릴륨 진동판으로 가장 유명한 제조사는 역시 ‘Focal’일 것이다. 이들은 오래 전부터 스피커의 트위터 진동판에 베릴륨을 사용해왔으며 라인업을 확장하며 내놓은 플래그십 헤드폰에도 베릴륨 진동판을 적용해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IMR Acoustics(이하 IMR)은 베릴륨 적용에 있어서 이어폰 분야에서만큼은 선두주자라고 할만하다. 창립 초창기부터 베릴륨 드라이버와 세라믹 피에조 드라이버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유닛으로 명성을 떨친 것이다. IMR 제품 특유의 기능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과 신기술을 적용한 드라이버의 조합은 이미 적지 않은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다. 이들이 이번에 내놓은 R2 Aten과 R2 Red는 IMR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베릴륨-세라믹 하이브리드 드라이버 기술을 한층 더 완성도를 높여 적용한 제품으로 빠른 순간응답반응과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고역, 넓은 주파수 대역을 모두 실현시켰다.
R2 Aten은 오픈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하우징은 유광 크롬 처리되어있고 10~50kHz의 광활한 주파수 응답을 보여준다.
밀폐형인 R2 Red는 Aten에 비해 고음이 살짝 빠지고 저음역이 뭉쳐있는 느낌이다. 역시 광대역 주파수 응답을 보여준다.
탄탄하고 쓸모있는 구성
가격대로 따지면 IMR R2 시리즈보다 훨씬 비싼 하이엔드 이어폰들이 많다. 하지만 IMR은 나름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구성의 풍부함을 포기하지 않는 방향을 선택한 것 같다. 나일론 패브릭으로 마감된 폼 케이스를 열면 이어폰 본체와 더불어 폼과 실리콘, 두 가지 방식의 다양한 사이즈의 이어팁을 모두 준비했으며 3.5mm 커넥터를 갖춘 케이블과 2.5mm 밸런스드 케이블이 동봉된다. 물론 프로페셔널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1/4인치 TRS 젠더도 갖췄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중고음 반응을 변경할 수 있는 노즐이다. 이런 류의 노즐 교체형 제품들은 일반적으로 고음을 감쇄하는 필터 정도만 제공하는데, R2 시리즈에 제공되는 것은 두 종류로, 하나는 저음 반응을 조절하는 ‘Lower Stage Filter’, 나머지 하나는 고음 반응을 조절하는 ‘Upper Stage Filter’이다. 두 가지 필터 모두 분실하거나 망가지지 않도록 전용 금속 프레임에 잘 체결되어 있어 보관도 쉽다.
원리를 자세히 살펴보니 Lower 필터의 경우 사이드에 뚫린 타공의 크기에 따라, 그리고 중간 필터의 유무에 따라 기계적 임피던스가 조절되어 이어폰 내부 체적을 조절하는 효과를 내는 듯 하다. 그리고 Upper 필터는 노즐 교체 방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이컷 필터이다.
이렇게 튜닝 포인트를 두 군데로 잡았기 때문에 굉장히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기본 셋팅은 저음이 다 열려 있고 중고음 반응이 적당히 감쇄된 블랙 필터가 달려 있는데, 필자의 취향으로는 Upper는 블랙필터 그대로, 그리고 저음은 다소 감쇄하는 레드나 골드 필터가 잘 맞는 것 같았다.
동봉된 케이블의 퀄리티는 최상급이다. 따로 더 길거나 아니면 아예 다른 방식의 케이블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교체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특히 프로페셔널 환경에서의 사용을 고려했을 때 내구성과 음질 모두 뛰어난 케이블 구성은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전반적으로 케이스를 비롯해 모든 구성이 정말 ‘혜자’스러우며 가격을 고려하면 더욱 만족스럽다. 굳이 단점을 꼽는다면 폼케이스에서 이어폰 본체를 꺼내기가 다소 어렵다는 점 정도랄까. 이 정도는 단점 축에도 끼지 못한다. 구성만큼은 10점 만점에 10점을 아낌없이 주고 싶다.
IMR Acoustics의 인이어 R2 Aten과 R2 Red의 구성품. 중고음 반응을 변경할 수 있는 교체형 노즐이 눈에 띈다.
모던-오픈 사운드의 극치
R2 Aten, 그리고 R2 Red. 구성이 완벽히 같은 두 제품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오픈형인지 클로즈드인지의 여부다. 일반적으로 인이어로 출시된 제품은 100% 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클로드즈 타입을 취한다. 사실, 인이어에서 ‘클로즈드’, 혹은 ‘밀폐형’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필자에게는 매우 생소한 일이다. 당연히 ‘클로즈드’요 ‘밀폐형’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IMR은 이 편견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런 구성에 굳이 고정관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오픈형이면 어떻고 클로즈드면 또 어떤가? 고객이 필요로 하고 기능성만 충족된다면 모든 제품은 제 나름대로 존재 이유가 있는 법이다.
어쨌든 오픈형인 R2 Aten을 살펴보면 남성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IMR 특유의 디자인이 돋보인다. 보자마자 ‘나 오픈형이요’를 외치는 듯한 하우징은 그릴 부분이 유광 크롬 처리되어 있어서 더욱 눈에 띈다.
소리를 듣기 위해 귀에 걸자마자 드는 느낌은 ‘광활하다’는 것이다. 스펙상 10~50kHz에 이르는 미친듯한 광대역은 오픈타입이라는 구조에 힘입어 놀라운 개방감과 공간감, 그리고 해상력을 제공한다. 저음은 한계점까지 치고 내려가며 고음은 끝을 모를 정도로 뻗어나간다. 게다가 중요한 점은 이게 소위 ‘V’자 셋업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중음은 절대 뒤로 물러나거나 마스킹되지 않는다. IMR이 기술적으로 중요한 진보를 이뤄냈다는 점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굳이 단점을 따지자면, 지나치게 현대적인 스펙 덕에 소위 말하는 ‘따뜻한 느낌’이 다소 부족한 점이랄까. 그 외에는 단점을 찾기 힘들어서 다소 당황스러웠다. 아! 또 하나의 단점이라면 프로페셔널의 믹싱 작업이 다소 곤란해지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이어폰/헤드폰과 현격히 다른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작업에 사용하려면 적응이 좀 필요하다. 또한 오픈형이라서 가진 당연한 단점을 R2 Aten 역시 모두 지니고 있다. 차음이 잘 되지 않으며 내 소리가 바깥으로도 잘 새어나가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겠다.
밀폐형인 R2 Red를 들어보면 역시 클로즈드 타입이 갖고 있는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어서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아래쪽까지는 다소 덜 뻗어있으나 좀 더 피크감이 느껴지는 저음, 그리고 살짝 롤-오프된 듯한 고음이 그것이다. 그러면서도 놀라운 점은 전반적인 음색의 통일감을 유지해 R2 Aten과 비슷한 음색이라는 것이다. R2 Aten에서 고음 살짝 내리고 약간 저음이 뭉쳤다고 생각하면 딱 맞다. 이에 따라 필자 취향으로는 저음이 더욱 빠지게 하는 보라색이나 녹색 필터를 사용하는게 취향에 좀 더 맞았다. 사실, 기본적으로 고음이 지나치게 잘 나오는 이어폰이라서 Upper 필터는 원래의 블랙에서 따로 교체할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했다. 어울리는 장르는 보컬곡에서도 표현력은 여전히 좋으나 역시 연주곡들, 특히 대편성 연주곡들이 드라마틱하게 잘 표현된다. 이런 특성에 맞춰 영화 감상이나 게임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준다. 매우 현대적이지만 사용범위가 넓은 그런 이어폰이라고 하겠다.
두 제품 모두 2.5mm 밸런스드/3.5mm 단자의 2가지 케이블이 제공된다.
베릴륨과 세라믹 하이브리드 드라이버 기술이 적용된 R2 Aten과 R2 Red 인이어 R2 Aten과 R2 Red의 구성품.
전혀 새로운 경험이 필요할 때
기존의 이어폰과는 무척이나 결이 다른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입문자보다는 새로운 경험이 필요한 중상급자에게 꼭 시도를 권해보고픈 이어폰이다. 제품 자체가 가진 성능이 원체 뛰어나지만 그 이상으로 구성이나 디자인, 내구성 등도 탄탄하기 때문에 소유의 만족도 높다. 입문자에게 권하지 않는 이유는? 사실, 권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다만, 처음부터 이 제품에 익숙해진다면 다른 제품들이 ‘오징어’로 느껴질 확률이 높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R2 Aten과 R2 Red 모두 그렇게 차음성이 아주 뛰어난 것은 아니다. 본인의 사용 용도를 잘 고려해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교체형 노즐별 주파수 응대 대역 그래프와 컬러별 상세 사용방법이 적힌 설명서 카드가 함께 제공된다.
Photographer: Sunwo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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