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진화된 ‘KANN’

Astell&Kern

KANN ALPHA


Editor: Mooje Lee

Photographer: Sunwoo Lee


‘MP3 플레이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아이리버는 플래쉬 메모리를 사용하는 포터블 플레이어 분야에서 거대 공룡인 소니와 애플을 누르고 점유율 1위를 차지할만큼 잘 나간 적이 있었다. 이후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한 때 회사 존립에 영향받을 정도로 심각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CD를 넘어서는 고음질’을 원하는 시장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 ‘Astell&Kern(이하 아스텔앤컨)’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통해 고급화 전략에 성공했다. 이제는 ‘아이리버’보다 오히려 ‘아스텔앤컨’ 브랜드가 더 유명해진 상황까지 이른 현재는 이들이 내놓은 신 라인업들이 늘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다. 이렇게 한 때는 누구나 아는 대중 브랜드였던 이들이 이제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더욱 유명한 명품 브랜드가 되었다. 아스텔앤컨의 모험을 상징하는 라인업인 ‘KANN’의 신모델 등장이 반가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이엔드 DAP가 갖춰야 할 조건

‘최고의 DAP’란 무엇일까? 한 때 CDP나 LP플레이어 등이 담당했던 분야를 이제는 고음질 파일을 직접 재생하는 DAP가 맡고 있다. ‘기록된 음성신호를 재생’하는 것이 모든 플레이어 기기들의 본연의 기능인만큼 ‘원음 재생’을 얼마나 충실하게 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다. 당장 좋은 오디오 기기를 말할 때 늘 거론되는 단어인 Hi-Fi는 ‘High Fidelity’의 줄임말이다. ‘충실’이라는 단어는 DAP가 가져야만 하는 덕목을 가장 핵심에 가깝게 표현한다. 정의는 이토록 단순하지만 ‘원음 재생’이라는 것이 생각보다는 쉽지 않다.

먼저 재생주파수 대역에 대해 생각해보자. 인간의 귀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무척 대단한 성능의 감지 기관이다. 심리적 영향을 크게 받으며 시각적 정보에 의해 쉽게 왜곡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감지할 수 있는 주파수의 ‘범위’로 본다면 그야말로 초광역 대역을 자랑한다. 20Hz~20kHz라는 쉽게 이야기되는 수치는 파장의 길이로 따지자면 약 17m에서 2cm에 이르는 범위다. 고작 400~700nm 파장의 전자기파인 가시광선만을 간신히 감지하는 눈에 비해 드라마틱한 수치다. 시간차를 통한 위상왜곡이나 1~4kHz 대역 사이에서의 주파수 왜곡 역시 기가막히게 감지해낸다. 이 덕분에 CD의 주파수 재생 한계점이라는 22kHz도 제대로 듣지 못하는게 인간의 귀지만 DA컨버팅을 할 때 필수적으로 필요한 필터링 과정에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중저역대 왜곡을 기가 막히게 잡아낸다. 이것이 어처구니 없을 정도의 고해상도 음원이 우리 귀에 더 좋게 들리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다.

또 하나 생각해볼 점은 바로 ‘다이나믹 레인지’이다. 인간이 귀의 영구적 손상 없이 들을 수 있는 범위는 0dBSPL에서 130dBSPL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이는 로그 스케일이라서 큰 범위라고 인식되지 않지만 이를 압력의 단위인 ‘파스칼’로 환산할 경우 20?Pa에서 63245553.20337?Pa에 이르는 엄청난 범위다. 이처럼 작은 소리와 큰 소리를 모두 손실없이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도 음향기기 제조사들은 얼마나 노이즈를 더 줄이면서도 깨끗하게 증폭할 수 있을지를 밤새 연구하고 있다.

한편, 실제적인 사용면에서 봤을 때는 이런 좋은 성능을 달성하면서도 휴대가 간편하고 가급적 많은 종류의 파일을 문제없이 재생하면서도 튼튼하고 조작이 쉬워야 한다는 등의 부수적인 조건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장에 따라 이 부수적인 조건은 ‘핵심 스펙’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제품 콘셉트에 따른 밸런스가 상품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이유다.

최고의 음질을 위해 부수적인 많은 것들을 포기한 KANN의 성능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플래그십인 ‘A&ultima SP2000’이 존재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성능의 아날로그 앰프부를 갖춘 KANN만의 영역이 분명이 존재한다. 조그마한 스피커를 구동해도 될 것만 같은 어마어마한 앰프를 기본으로 장착하여 직전의 플래그십이었던 ‘AK380/300’과 앰프옵션 결합보다도 월등한 아날로그 출력부 스펙을 자랑했기에 ‘과연 성능면에서 더 이상의 향상이라는 것이 존재할까?’라는 의구심까지 품게 만든 것이 바로 KANN이다. 다만 이렇기에 ‘상품’으로 갖춰야 할 밸런스라는 면에서 다소 아쉬웠다. 이에 한술 더 떠 출시된 ‘KANN Cube’는 모든 밸런스를 깨고 아날로그 출력부에만 오롯이 집중한 제품으로, 493g의 묵직한 무게와 성인 남자의 한 손에도 다 들어오기 힘들 정도의 넓이와 두께를 자랑했다.

‘성능 좋은 것이야 환영할만한데 이래서야 어떻게 편하게 들고 다니나?’라는 의문이 들 때쯤 등장한 것이 바로 이번에 살펴볼 ‘KANN ALPHA’이다. 원래의 KANN보다 길이는 다소 길어졌지만 두께와 폭 모두 한층 얇아졌으며 플레이백 타임도 14시간 30분으로 KANN Cube의 9시간에 비해 훨씬 실용성이 높아졌다. 무게는 316g으로 여전히 묵직한 편이지만 그래도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점은 기존의 플래그십인 KANN Cube와 완벽히 동일한 아날로그 오디오 성능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볼륨노브 옆의 라이트로 어떤 종류의 음원인지 확인이 가능하며 설정에 따라 아예 끌 수도 있다.


가장 완성도 높은 KANN

최신 제품이 더 나은 것이야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쨌든 3종류의 KANN을 두고 봤을 때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단연 KANN ALPHA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KANN 오리지널의 세로패턴의 무늬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KANN Cube의 과한 디자인 요소는 안그래도 무겁고 큰 제품을 더 무겁고 크게 보이게 만든다. KANN ALPHA의 전면 디자인은 KANN Cube에서 군더더기로 보이는 우측의 볼륨 조작부를 한층 슬림하게 덜어내면서도 KANN 오리지널의 슬림한 그립감을 배가시키는 사다리꼴의 후면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계승했다. 무게는 비록 KANN 오리지널보다 조금 무겁지만 군더더기 없는 매끈한 디자인과 한층 더 슬림한 두께로 인해 가장 소유욕을 자극하는 “현실적 KANN”이라 하겠다. 다만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KANN 오리지널에서 매우 유용했던 물리 버튼이 삭제되었다는 점이다. KANN Cube에서도 이 점은 아쉬웠는데 물론 치명적인 단점까지는 아니므로 큰 문제는 아니다.

또한 KANN Cube의 거대한 크기에 한몫 했던 5pin 스테레오 XLR 출력단자를 삭제한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물론 프로용 오디오 기기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XLR 밸런스드 출력이 있는 편이 좋긴 한데 이 제품의 용도나 시장성을 고려했을 때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중요한 점! 아스텔 앤 컨에서 드디어 4.4mm 밸런스 단자를 탑재했다. 2.5mm 4극이라는 독자적인 규격을 사용해온 아스텔 앤 컨이지만 이제는 고집을 포기하고 소비자의 편의와 범용성에 눈뜨기 시작한 것이다. 여러모로 KANN ALPHA는 다소 고고하고 도도했던 기존 KANN에 비해 확실히 ‘친절’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립감을 배가시키는 특유의 사다리꼴 구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USB-C타입 충전을 지원하며 추가 SD카드 사용도 물론 가능하다.


음질을 위한 확실한 투자

한층 휴대가 편해진 KANN ALPHA이지만 여전히 음질에는 조금도 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2.5mm와 4.4mm 밸런스드 단자의 동시 탑재에 있어서 이 자세가 잘 드러난다. 많은 제조사들이 이런식의 다양한 단자를 만들 때 그저 패시브 연결로 결합시키는 소위 ‘jump’ 연결을 많이 사용한다. 물론 ‘동시에 두 곳에 꽂아도 소리가 잘 난다’는 실용적인 장점이 있긴 한데 ‘원음재생’이라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것이 아니다. 놀고있는 라인이 각 단자에 연결되어 있으면 미세 잡음의 원인이 되며 이는 다이나믹 레인지와 분리도를 떨어뜨리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비록 큰 차이는 아니지만 분명히 차이는 존재한다. 이를 위해 KANN은 ‘릴레이 스위치’를 이용해 사용하는 단자에만 신호를 공급하는 설계를 적용했다. ‘작은 차이를 위한 큰 투자’를 과감히 했다는 점에서 ‘과연 명품’이라는 감탄사가 흘러나올 수 밖에 없다.

전반적인 출력부 증폭회로 설계 역시 앞서의 KANN 시리즈들처럼 완전한 좌우 분리형 구조를 채택하고 볼륨 조절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Crosstalk -141dB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달성했다.

이런 노력들로 인해 한층 선명한 다이나믹 레인지와 깨끗한 스테레오 이미지의 실현이 가능해졌으며 결국 이는 사용자로 하여금 분리도와 다이나믹 면에서 한층 나아진 느낌을 전달한다.

이 외에도 시리즈에서 최초로 최신 블루투스 5.0을 탑재해 이전 아스텔 앤 컨에서 다소 아쉬웠던 부분인 무선 연결성을 완벽하게 해결했으며 Qualcomm® aptX™ HD, LDAC 코덱까지 지원해 유선 연결에 손색없는 무선 음질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참고로 블루투스 5.0은 4.2에 비해 대역폭은 2배, 전송거리는 4배에 달하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도 확연히 체감되는 성능 향상을 느낄 수 있다. 필자가 기사를 작성하는 시점에서는 아직 정식 출시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만약 하이엔드 포터블 플레이어를 구매할 독자라면 무조건 기다렸다가 최신형 KANN ALPHA를 구매할 것을 추천한다. 그 정도로 이번에 나온 KANN ALPHA는 완성도가 높다.


3.5mm 단자 뿐 아니라 2.5mm/4.4mm 밸런스드 단자가 제공되는 KANN ALPHA. 음질에 조금도 타협하지 않는 아스텔앤컨의 고집을 엿볼 수 있다. 


가장 편리한 앰프 내장형 하이엔드 DAP

의심할 바 없이 KANN ALPHA는 ‘앰프 결합형’이라는 독특한 아이덴티티가 번거롭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일반적인 플레이어에 비해 화면도 조금 작고 뚱뚱하지만 그 어떤 헤드폰이라도 마음껏 구동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인해 필자의 솔직한 심정으로는 오히려 아스텔앤컨의 A&ultima나 A&futura 시리즈보다도 더욱 마음이 간다. 다른 기기에 비해 10mm 정도 두꺼운 불편함만 감수하면 나머지는 모두 장점뿐이다. 배터리 타임은 14.5시간으로 오히려 앰프 스펙이 딸리는 다른 하이엔드 제품에 비해 더 나은 면모까지 존재하며 각종 연결성이나 무선 사용성, 인터페이스, 플레이 가능한 포맷 등 모든 면에서 최신제품답다. 이쯤이면 플래그십인 SP2000이나 준플래그십인 SE200의 자리가 위협받을 정도다. DAP에 있어서 아날로그 앰프부의 충실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며, 또 한편으로는 SP2000과 SE200의 후계기가 등장할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디지털 볼륨을 사용해 회로 구성단계부터 L/R을 분리해 낮은 크로스토크 왜곡률을 달성했다.


심지 있으면서도 중립 성향의 사운드

필자가 리뷰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바로 DAP류의 기기이다. 이어폰/헤드폰에 비해 개체별 차이가 심하게 와닿는 것은 아니기에 디테일한 차이점을 감지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스텔 앤 컨 정도의 하이엔드 제조사의 기기들이라면 품질 차이보다는 색깔의 차이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KANN Alpha는 듣자마자 감탄사가 흘러나올 정도로 확실한 성능을 보여줬다. Beyerdynamic DT770Pro, Yamaha HPH-MT7, Shure SRH940, Sennheiser HD25 등 다양한 헤드폰을 매칭해봤는데 역시 앰프를 내장하고 있어서인지 구동력이 부족하다거나 아쉬운 느낌은 일절 없었다. 필자가 작업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비교될 정도의 성능을 발휘했으며 이는 포터블 기기로는 놀라운 수준이다.

사운드 특성은 매우 명료하고 중립적이다. 화려한 맛은 좀 빠진 것 같으며 이에 따라 분리도나 디테일 면에 있어서는 상급기와 차이를 둔 느낌이다. 하지만 이 정도면 프로페셔널의 작업용/모니터링용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어쨌거나 상급기와의 비교에도 압도적인 정신나간 출력 덕에 에너지감만큼은 정말 출중하다. 하이 임피던스 헤드폰을 여유넘치도록 뜨끈뜨끈하게 구동하는 그 맛은 다른 기기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독보적인 부분이다. 담백하고 심지가 단단한 특성 덕에 일반 애호가뿐 아니라 오히려 프로페셔널 오디오 엔지니어들에게 각광받을만한 기기라고 여겨진다.


2.5mm와 4.4mm 밸런스드 단자는 릴레이 스위치를 통해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잡음을 원천적으로 제거한다. 


DAP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이단아, KANN Alpha

중급기라는 애매한 그레이드에 월등한 고스펙의 앰프를 내장해버리니 KANN이라는 독특한 괴물이 나왔다. 아스텔 앤 컨의 실험정신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처음에는 너무 지나친 고스펙 앰프 내장이 아닌가 싶었고 KANN Cube의 등장에서 그 독특함은 절정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제 KANN Alpha로 이 실험은 완성 단계에 이른 것 같다. DAP에 있어서 DA컨버터와 클럭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그동안 상대적으로 간과했던 것이 바로 앰프부, 즉 아날로그 증폭단이다. KANN은 아날로그 증폭부의 물량투입으로 얼마나 완성도 높은 음질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확실히 증명해냈다. 그리고 필자는 이렇게 완성된 소리가 정말 마음에 든다. 이런 방향의 튜닝은 아마도 상급기인 SP2000과 SE200의 후속작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KANN Alpha의 높은 가성비에 찬사를 보내는 바이며, 앞으로 아스텔 앤 컨의 플래그십의 변화도 내심 기대해본다.


DAC의 필터 기능을 통해 다양한 음색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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