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AI 스피커의 이상향

고급 AI 스피커의 이상향

B&O

Beosound Balance


최근 Bang & Olufsen(이하 B&O)가 갖고 있는 럭셔리하면서도 세련되고 젊은 이미지를 생각해본다면 이 회사의 기나긴 역사는 놀랄만하다. 음향 산업의 극 초창기인 1925년 덴마크에서 설립되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B&O는 주로 고가의 럭셔리 오디오 기기를 만들던 회사였다. 물론 당시에도 특유의 세련된 디자인 철학은 있었지만 현재보다는 훨씬 덜 대중적인 모습으로,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오디오 회사가 바로 B&O였다. 그러나 21세기를 맞아 시장 상황은 급변했고 여기에 더해 2008년, 전 세계를 덮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럭셔리 브랜드들에게 치명타를 안겼다. B&O는 이에 대대적인 변화를 감행했다. 회사의 존망을 건 모험이었지만 결국 이들은 변신에 성공했고, B&O의 기기들은 이제 각종 인테리어 및 패션 소품으로까지 널리 사용될 정도로 대중적 인지도를 획득했다.


하이테크 기술의 집약체, AI 스피커 

좋은 소리만을 위해 인클로저나 배플, 유닛에 철저히 투자하는 전통적인 스피커에 비해 시장에서 AI 스피커는 다소 캐주얼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것은 AI 스피커의 출시 초기부터 보급화에 힘쓴 제조사가 구글, 애플, 국내에서는 네이버나 카카오, LG 등, 전통적인 음향 기업이 아닌 탓이 크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AI 스피커는 전통적인 스피커 제조사 입장에서는 선뜻 독자 개발에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의 하이테크 기술이 동원된다. 가장 기본적으로 AI 스피커와 사람이 소통하게 해주는 음성인식이나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스피커 제조사의 영역이 아니다. 여기에 실시간으로 음원 서비스나 날씨 예보, 검색 등을 제공하려면 우수한 네트워크 성능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

결정적으로 AI 스피커 개발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구조 특성상 마이크와 스피커가 매우 가까이  붙어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큰 음량으로 음악 재생 중일 때라도 내장된 마이크는 사용자의 음성을 정확히 분리해서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마이크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스피커의 진동과 멀리 떨어진 사용자의 명령을 구분할 능력이 없다. 이것은 온전히 개발 단계에서 인공지능과 하드웨어의 세부 튜닝 등 심오한 작업들을 거쳐야만 비로소 원활한 작동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어찌보면 당연하게도 많은 자본과 개발 자원,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IT 관련 대기업만이 우수한 성능의 AI 스피커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관련 기술이 어느 정도 무르익은 지금, 이제 전통적인 스피커 제조사, 그 중 많은 자본과 앞서가는 마인드를 갖고 있는 회사들이 속속 하이엔드 AI 스피커를 내놓고 있다. 사실, AI 스피커라고 해서 음질이 떨어진다거나 가격이 쌀 이유가 전혀 없다. B&O는 시장의 요구에 따라 단순히 고급스러운 블루투스 스피커가 아닌, 제대로 된 AI스피커를 선보였다. 바로 ‘Beosound Balance’다.


Beosound Balance의 스피커 몸통 부분은 고급스러운 패브릭 소재로 둘러쌓여있다. 블랙 색상도 출시됐다.


가성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인가?

B&O와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 늘 이야기되는 주제가 바로 ‘가성비’이다. 한국 소비시장에서는 IMF 이후, 글로벌로 시야를 넓힌다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로 대중적으로 각인된 이 단어는 어느새 제품을 구입할 때 가장 절대적인 가치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사람은 ‘기능성’만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애플이 그토록 비싼 원가에도 손으로 만져지는 감촉에 집착하는 것도, 사람들이 터무니없는 가격에도 멋진 로고나 프린트로 정체성을 뽐내는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서다. B&O 역시 단순히 소리나 크기가 아닌, 선택에 있어 또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제품들을 주로 선보인다. 여기에는 나름대로의 일관된 철학이 있으며, 이는 브랜드의 정체성이 된다. 그리고 이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많아진다면, 이것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는다. B&O는 스피커 제조사로는 보기 드물게 일반인의 라이프 스타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데 성공했다. 더 이상 가성비의 영역에 머물러 평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제 리뷰할 Beosound Balance로 초점을 맞춰보자. 가성비로만 따진다면 다른 B&O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Beosound Balance보다 우수한 제품은 많다. 하지만 Beosound Balace만이 충족시킬 수 있는 그 무언가가 확실히 존재한다면, 이 제품의 존재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리뷰해 본 결과, 이 제품은 꽤 괜찮은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다. 어쨌든 큰 음량을 원하면 JBL ‘Partybox 1000’같은 제품을 사면 된다. 가격도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Beosound Balance 상단 터치 컨트롤 인터페이스.


최신 트렌드의 AI 스피커, Beosound Balance

이 제품이 갖고 있는 AI 스피커로서의 포텐셜은 상당하다. 물론 상당한 가격대이기에 당연히 갖춰야 할 덕목이겠으나 생각보다 많은 하이엔드 제품들이 보수적인 마인드로 개발되면서 중국산 보급형 최신 기기에도 못 미치는 기술적 스펙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쨌든 Beosound Balance는 최소한 이 논란에서 자유로울 것 같다. 블루투스는 최신인 5.0 버전을 지원하며 WiFi연결 역시 Wi-fi/WLAN 802.11 b/g/n/ac (2.4 GHz & 5 GHz), 2x2 MIMO를 지원하여 빠르면서도 안정적인 연결을 보장한다. 현재까지 지원되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크롬캐스트와 애플의 AirPlay 2, 그리고 Spotify Connect이다. 물론 당연히 펌웨어나 지원 앱의 업데이트에 따라 향후 얼마든지 확장이 가능하다. 음성 어시스턴트는 정평한 구글의 것을 그대로 이용하며 곧 Amazon Alexa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하니 부족함이 없다. 

<!--[if !vml]--><!--[endif]-->입출력단은 상기에 언급한 블루투스와 WiFi 외에 고성능 AI 스피커답게 유선 이더넷 단자를 2개 갖추고 있으며 옵티컬 입력단자를 겸하는 3.5mm 스테레오 잭과 USB-C 단자를 갖추고 있다. 여기서 USB-C는 아쉽게도 PC 스트리밍이 아닌, 유지보수 전용 단자다.


다소 아쉬운 연결성과 앱 직관성 

사실, 이 제품을 그냥 블루투스 스피커로 쓰겠다고 한다면 쉽고 원활하게 연결이 잘 되는 편이다. 필자의 아이폰8이나 아내의 갤럭시 S9+에서 별 다른 앱의 인스톨 없이 너무 쉽게 음악을 재생할 수 있었다. 문제가 되는 점은 전용 콘트롤 앱을 통하면서다. 속 시원하게 한 번에 연결이 되지 않았으며 애써서 연결을 해놔도 굳이 만지지 않아도 되는 계륵같은 메뉴들이 많았다. 메뉴 구성 역시 직관적이지 않으며 반응도 느려서 다시 사용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무선 연결성이 떨어진다기보다는 앱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물론 전용 앱을 잘 이용하지 않을 것 같은 대부분의 유저와는 상관 없는 내용이다. 인터넷 연결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이용하려면, 필자 의견으로는 WiFi보다는 유선 연결이 더 설득력 있어 보였다. 이런 제품은 사용하기 어려우면 안되고 꽂으면 바로 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PC나 태블릿류의 제품이 아니라 오히려 TV나 오디오와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유선 연결은 최신 트렌드와는 거리가 다소 먼 것 같지만 이 제품의 콘셉트에 훨씬 충실하게 사용하는 방법이 되겠다. 복잡한 WiFi 비번을 넣고 공유기를 찾아 등록할 필요가 없이 꽂으면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제품의 무게가 7kg을 넘어가기 때문에 이동하면서 사용할 유저는 거의 없을 것이다.


B&O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디자인과 질감

B&O의 제품을 이야기할 때 늘 언급되는 것이 실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앞서 언급했던 ‘나쁜 가성비’, 그리고 두 번째는 ‘디자인’이다. 특히 B&O의 디자인은 한국 가구 시장을 강타했던 ‘이케아’와 더불어 한국에 ‘북유럽풍’ 열풍을 몰고온 장본인이다. 덕분에 최근 드라마나 각종 예능, 영화 등에서 세련된 상류층의 이미지를 표현할 때에는 반드시 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B&O의 제품이 소품처럼 늘 등장한다.

이번에 다루는Beosound Balance도 마찬가지다. 아니, 집을 고급스럽게 하는 인테리어 소품으로의 역할로도 충실하게 더욱 힘을 쏟은 인상이다. 크게 눈에 띄는 디자인적 요소를 언급하자면 가장 먼저 원통형 구조가 눈에 띈다. 첫 인상에 기대하던 것처럼 무지향성 스피커 디자인은 아니지만 나름 넓은 커버리지에 골고루 균일한 음색과 음량을 실현할 수 있는 인클로저 디자인이다.

상단은 산뜻한 느낌의 알루미늄 합금 재질로 마무리했는데, 놀랍게도 터치 콘트롤 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 솔직히 버튼 위치나 기능이 한번에 눈에 딱 들어오지는 않아서 기능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덕분에 전반적으로 깔끔한 인상을 선사한다.

하단은 오크 원목으로 구성되었다. 사실, 처음 봤을 때는 무늬목을 덧붙인 것으로 생각했는데 진짜 원목이었다. 보기에도 좋고 질감도 매우 훌륭하기 때문에 딱히 흠을 잡을 수 없다. 작게 ‘BANG & OLUFSEN’ 로고가 새겨진 디테일도  훌륭하다.

전체 몸통은 패브릭으로 감싸져 있다. 분리가 되어 세탁이 가능한지는 확인해보진 않았다. 대충 봐서는 분리 세척이나 교체 등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패브릭의 재질이나 색감, 질감은 B&O에서 사용하던 바로 그것과 같아 보인다.

전반적인 디자인에서 굳이 아쉬운 점을 정리하자면 목재로 마감된 하단에서 패브릭으로 마감된 중단을 잇는 알루미늄 합금 부분의 디자인이 먼지가 쌓이기 쉬운 구조라는 것, 그리고 상단 조작부가 직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제외한다면 모든 연결부가 하단에 위치해 있어서 모든 면에서 깔끔한 것, 그리고 어디에나 어울리는 무난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질감이라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참고로 색상은 필자가 리뷰한 베이지+원목 톤의 구성과 전체 무광 검정의 구성이 있다. 필자의 선택은 단연 전자이다. 모던하거나 혹은 클래식하거나 그 어떤 인테리어 분위기에도 어울리며 충분히 고급스럽고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압도적인 음량과 정교한 음질

지금까지 B&O는 섬세하고 결이 고운 음색을 선보인 편이었다. 하지만 Beosound Balance는 여기에 충분한 에너지감을 더했다. 스펙상으로 보자면 5.25인치 급 우퍼 드라이버가 2개 내장되어 end-fire방식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2인치 급 풀 레인지 드라이버가 정면을 향하고 있다. 또한 여기에는 트위터가 고음의 섬세함을 더한다. 주목할만한 것은 후방을 향하는 3인치 급의 풀 레인지 드라이버다. 아무래도 이 제품의 구조 특성상 스테레오 이미지가 좁을 수 밖에 없으며, 이를 벽면의 반사를 이용해서 해결하려는 시도 같다. 물론 반사되는 벽의 거리에 따라 시간차가 발생하며, 이에 따라 comb-filter 현상이 발생되지만 이를 멋진 기술로 해결했다. 바로 ARC(Active Room Compensation)이라는 기능이다. 무려 6개나 내장된 AI용 마이크를 역 이용해 룸과 스피커의 위치의 상관관계에 따른 왜곡을 감지하고 해결해준다.                                             물론 이 기능의 구현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물량이 투입되어야 한다. 강력한 고성능 DSP는 기본이며 사운드를 측정하고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알고리듬, 그리고 각 스피커 별로 분리된 파워앰프 모듈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따라 실제로 Beosound Balance에는 총 7채널의 파워앰프가 내장되어 있다. 2개의 우퍼를 구동하는 2x200W, 2인치 및 3인치 풀 레인지 드라이버를 구동하기 위한 4x100W, 마지막으로 트위터를 구동하는 1x50W의 파워앰프 구성은 그 어떤 하이엔드 시스템보다도 호화로우며 또 정교하게 튜닝되기에 어디서나 완벽한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게 된다.

좋은 소리를 얻기 위해 무척 어렵고 정교한 설계와 튜닝이 필요하지만 다행인 점은 B&O가 이 분야에서는 꽤나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B&O가 전 세계적으로 히트시킨 IcePower 모듈은 낮은 전력으로 높은 성능을 안정적으로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록 현재는 해당 부분이 매각된 상황이지만 말이다.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정리된 사운드는 26Hz~23kHz에 이르는 광대역을 무려 104dBSPL로 출력하는 고성능이다. 이에 따라 단 7kg 정도에 불과한 이 스피커로 약 20여 평(60m²)에 달하는 공간을 부족함 없이 울릴 수 있다. 조금 과장한다면 2 대 정도를 아날로그로 연결한다면 작은 PA 시스템으로 사용해도 될 정도다.

실제로 음악을 재생하면 이 존재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물론 어쩔 수 없이 크기의 한계는 있어서 35Hz 이하의 인프라 서브는 재생 음량이 커질수록 존재감이 사라지지만, 이 정도면 정말 훌륭하다고 할 수 있겠다. 충실한 전 주파수 재생으로 인해 특히 어쿠스틱한 재즈 음악을 들을 때 만족도가 높다. 물론 팝 등의 장르에도 두루 대응이 가능하지만 특기 분야가 그렇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스테레오 이미지가 아주 넓을 수는 없는 구조라 클래식을 들을 때는 다소 밋밋하다. 이 경우 2대를 구매해 스테레오 세팅을 해도 되지만, 한 대로 캐주얼하게 사용하는 맛도 결코 나쁘지는 않다.


Beosound Balance 유뮤선 LAN과 AUX 연결 등을 지원한다. 



럭셔리 AI 스피커가 갖춰야 할 모든 것

Beosound Balance는 럭셔리한 AI 스피커가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췄다고 할 만하다. 물론 가격 면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럽지만 최근 고급 아파트의 인테리어에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그렇게 큰 비중도 아니다. 특히 룸 전체를 좋은 사운드로 가득 채운다는 기능성을 고려해본다면 큰 마음먹고 질러 볼만 하다. 전용 앱의 사용성이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일단 한 위치에 설치해놓고 ARC 기능을 한번 활성화해서 튜닝해 놓는다면 그 후부터는 어렵지 않게 좋은 소리를 계속 즐길 수 있다. 음량 면에서는 기존의 Beosound 2보다 월등히 크며 심지어 B&O의 간판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A9을 능가할 정도다. 그러면서도 크기는 현저히 작으면서도 인테리어에 눈에 띄지 않게 편안히 녹아 들기 때문에 필자의 눈으로는 B&O의 스피커 중 가장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B&O의 홈 스피커를 구매한다면 가장 1순위에 올려놓고 직접 체험해볼 것을 추천한다.


Beosound Balance 하단은 실제 오크 원목으로 만들어져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작게 새겨진 'BANG & OLUFSEN' 로고도 인상적이다.


Editor : Mooje Lee

Photographer: Sunwo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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