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 Levinson No.5909
Editor: Moonlight Sound
Photographer: 이선우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오디오가 히말라야 8천 미터급 산이라면 베이스캠프를 떠나 중간쯤 다다랐을 때 마주치는 브랜드다. 동네가 히말라야이니 베이스캠프라 해도 2천~3천 미터에서 시작이다. 200만~300만 원대 오디오로 음악을 즐기고 있다면 마크레빈슨은 사실 엄두도 내기 어려운 ‘다른 차원’의 브랜드다. 이 브랜드는 많은 이에게 ‘로망’이란 단어로 연상된다. 자동차로 치면 롤스로이스는 아니래도 벤틀리나 랜드로버쯤 된다. ‘억’ 소리가 난무하는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마크레빈슨은 과거와 달리 ‘착하디 착한’ 가격으로 ‘칭찬’받지만, 그렇다해도 마크레빈슨의 제대로 된 모노블록 파워앰프는 여전히 그랜저 한 대와 맞먹을 만큼 비싸다.
이번 리뷰는 마크레빈슨 50년 역사의 첫 헤드폰이다. 모델명은 No.5909. 반갑기 그지없는 제품이다. 마크레빈슨이 그렇게 전설적이지만, 사실 ‘마크레빈슨은 이렇구나’라고 강렬하게 느낀 적은 없었다. 그들의 주 종목이 프리앰프와 파워앰프이기 때문이다. 앰프는 스피커에 비해 그 소리 특성을 명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 오디오 시스템에서 앰프를 바꿨을 때보다 스피커를 바꿨을 때 소리의 변화가 훨씬 크다. 그래서 그동안 이런저런 기회로 마크레빈슨 앰프들을 들어봤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때그때의 느낌이 ‘콕 집어’ 마크레빈슨 덕인지, 스피커 덕인지 말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몇 번의 경험을 통해 그저 ‘차분하나 선명하고, 소리결은 매끄러운 소리’를 마크레빈슨의 사운드라고 ‘대략’ 짐작해왔을 뿐이다. 물론 어떤 시스템이든 마크레빈슨 앰프가 들어간 사운드는 대단히 훌륭했다. 다른 많은 애호가들도 공감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엔 헤드폰이다. 하이파이 시스템으로 치면 스피커다. 마크레빈슨의 소리가 정확히 무엇인지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더없는 기회다.

No.5909는 마크레빈슨의 소리가 정확히 무엇인지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더없는 기회다.
마크레빈슨 No.5909를 받아든 기분은 그랬다. 승용차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벤츠와 BMW가 과거 SUV를 출시했을 때의 기대감 같았다. 그들이 하면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라는 확신같은 마음이 들었다. No.5909은 가격이 꽤 나간다. 유선으로 들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무선 블루투스 헤드폰이란 점을 생각할 때 제법 비싸다. 젠하이저나 소니, 애플 등 무선 블루투스 헤드폰 시장의 리더들이 내놓은 플래그십 헤드폰들과 비교해봐도 그렇다. 치열한 시장에 고가의 제품을 출시한다는 건 자신감일 게다. 하이엔드 브랜드답다.
이 정도 가격, 이 정도 브랜드의 헤드폰이라면 외관이나 사용법을 설명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명품 가방을 사는 목적은 소지품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느냐 같은 실용의 영역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리뷰는 철저히 ‘어떤 소리인가’에 집중한다. 청음은 휴대전화 블루투스 연결과 소니 헤드폰 앰프 TA-ZA1ES 연결을 번갈아가며 진행했다. 유선 연결 시에는 필자가 평소 쓰는 젠하이저 HD-800s 헤드폰과 음질 특성을 비교하기도 했다. 당연히 무선일 때보다 유선 연결 때 음질이 한결 더 좋았으나 무선 연결 때의 음질도 포터블로 ‘궁극’의 음질을 얻고 싶은 유저라면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수준이었다.

고급스러운 휴대용 케이스를 기본제공하여, 보다 안전하게 제품을 가지고 다니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청음
Charlie Puth, ‘Marvin Gaye’
푸스의 첫 음부터 소리의 탁 트임이 느껴진다. 인상적이다. 쾌청한 가을하늘이 단번에 떠오르는 그런 소리다. 음색은 ‘의외로’ 심심하지 않다.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마크레빈슨 앰프들이 최근엔 보통 ‘심심한’ 소리라고 평가되는데, 소니 플래그쉽 헤드폰 앰프와의 조합으로 듣는 마크레빈슨 헤드폰은 전혀 심심하지 않다. 흔히 오디오적 쾌감이라 부르는 특성, 다시 말해 음 하나하나의 밀도가 높아 탄탄하고, 그래서 민첩하고, 그래서 생기 넘치게 들리는 특성이 확실하다.
확실히 그동안 마크레빈슨의 하이파이 프리/파워앰프가 내게 들려준 소리와는 좀 다른 소리다(하이파이에선 기기간 매칭이 소리 특성을 크게 바꾸는 경우가 다반사이니 필자가 들어본 마크레빈슨 사운드는 당연히 마크레빈슨의 전부가 아닐 것이다). 젠하이저 HD-800s와 같은 곡을 여러 번 번갈아 들어보면 확실히 HD-800s보다 조금 더 밝고 생기있는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소위 ‘소리가 나대는’ 단점은 없다. 수트 차림의 신사가 추는 경쾌한 춤이랄까.

쿠션이 있는 가죽 헤드밴드는 편리한 착용감은 물론 레드 스티치와 절묘한 조화를 이뤄 멋스럽다.
Meghan Trainor, ‘All about that bass’
트레이너의 보컬을 들어보니 이 헤드폰이 명암을 드러내는 특성이 다시 한번 드러난다. 기본적으로 보컬이 밝고 생기 있게 표현됨이 다시 확인된다. 소리가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의 대비, 다시 말해 다이나믹 레인지가 확실히 넓다고 느껴진다. 푸스의 곡에서 오디오적 쾌감이란 표현을 썼는데, 이 곡에서도 그런 특성이 여지없이 확인된다. 트레이너의 보컬은 어느 때보다 사뿐하고, 경쾌하고, 또렷하다.
오디오적 쾌감을 갖췄다 해서 특정 대역(주로 1~5khz)에서 나타나기 쉬운 딱딱하고 그래서 불편한 소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드라이버에 베릴륨 코팅이 돼 있다 해서 리뷰 전엔 사실 걱정이 앞섰다. 베릴륨 트위터가 채용된 스피커가 내는 이 대역 소리가 날카롭고 딱딱해서 불편했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No.5909는 그런 우려가 전혀 없다. 이는 역시 마크레빈슨이라고 말하고 싶다. 마크레빈슨이 세간의 좋은 평을 오랜 세월 잃지 않은 제1 요인이 바로 균형감이기 때문이다. 어느 대역이든 과하거나(주파수의 peak), 거꾸로 소극적인(주파수의 deep) 부분을 집요하다 할만큼 용납하지 않는 마크레빈슨이다. 그들의 첫 헤드폰에 이런 DNA가 고스란히 녹아들었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Max Richter, ‘Dream 3’
앞선 두 곡의 팝에서 언급하지 않은 저역에 대한 얘길 여기에서 해야겠다. 확실히 No.5909는 저역이 ‘점잖다.’ 양이 많지 않다. HD-800s가 저역을 절대 강조하는 헤드폰이 아님에도 그보다 No.5909의 저역이 더 절제된 느낌이다. 마크레빈슨 전용앱을 이용하면 ‘Bass Contour’에서 저음의 정도를 ‘Neutral’, ‘Enhanced’, ‘Attenuated’의 3가지 모드로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소극적’이란 말로 표현하긴 부적절하다. 그보단 절제란 말이 어울린다. 저역의 양이 조금 적을 뿐이지, 웬만한 오디오 기기에선 저역에서 표현되기 힘든 음계, 탄력, 리듬감이 그야말로 탁월하다. 막스 리히터의 Dream이란 곡은 하나의 모티브로 여러 변주곡이 파생되는데 공통된 특성은 심장을 울리는 무겁디 무거운 저역이다. 웬만한 하이파이 시스템에서 이 곡들을 재생하면 열이면 아홉은 이 저역을 어쩌지 못해 지저분하고, 다른 대역의 표현을 헤치기 마련이다.
허나 No.5909이 표현하는 리히터의 Dream은 헤드폰이란 ‘장르’에서 이 곡의 저역은 이 정도가 최적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육중하나 둔하지 않다. 그리고 듣는 내내 정확하다는 느낌을 거둬가지 않는다. 이건 푸스와 트레이너의 여러 곡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되는 특성이다.

교체 가능한 가죽 메모리 폼 이어쿠션은 귀를 감싸는 오버이어 타입으로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다. 또한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Oscar Peterson Trio, ‘Corcovado’
오스카 피터슨의 명작 ‘We get requests’ 앨범에서 늘 아쉬운 점은 오디오 시스템이 일정 수준 이상이 아니라면 늘 피터슨의 피아노 선율이 ‘뭉툭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겨우’(필자가 들어온 하이파이 시스템은 수천만~수억 원대였으니) 이 정도 가격의 헤드폰으로 듣는 피터슨의 피아노가 그 뭉툭함을 단번에 떨치고 마치 최신 앨범처럼 선명하고 경쾌하게 들린다. ‘Corcovado’는 물론이고, 이 앨범의 대표곡 ‘You look good to me’의 피아노 음은 더없이 생기있다.
아울러 역시 마크레빈슨답게 드럼 브러쉬가 내는 소리의 입자감이 곱디 곱다. 하이파이에서 마크레빈슨이 대역 밸런스와 더불어 매니아에게 가장 인정받는 덕목이 바로 섬세함이다. 소리를 시원하게 펼치되 그 입자가 자갈처럼 크고 거칠지 않고 백사장 흙처럼 곱고 부드럽다.

이어컵 하단에 물리 버튼이 위치하여 직관적으로 편리한 조작이 가능하다.
총평
필자야 음악과 오디오로는 자칭 ‘매니악’이니 형편만 허락한다면 헤드파이 시스템에 1천만 원도 기꺼이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질이 납득할 수준이라면 헤드폰 하나에 500만 원이래도 좋다. 평생 들을 음악이니 아깝지 않다.
리뷰를 마칠 즈음 이 헤드폰의 가격을 유심히 생각해봤다. 기본 성격이 무선 블루투스인 헤드폰이 100만 원 넘는 가격표를 달고 나왔다. 다소 고가라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필자는 납득됐다. 어느 대역도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게, 다시 말해 그저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려는 마크레빈슨의 그 집요함은 하이파이에 이어 헤드파이에서도 넉넉하게 실현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마크레빈슨이라는 전설의 업그레이드라 부르기에 지나침이 없다.
음악을 오래 듣는(들을) 리스너에게 추천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소리에 자극이 없고 또렷하기 때문이다. 이어컵 크기가 충분히 크면서도 무게가 가볍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다. 무선 블루투스 헤드폰의 믿을 만한 플래그십 제품을 찾는 리스너에게도 추천한다. 취향을 떠나 보자면 이 정도 퀄리티의 유무선 겸용 블루투스 헤드폰은 아마 당분간 출현하지 않을 것 같다. 이 모든 설명을 뛰어넘는 단 하나의 이유를 대라면 물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건 마크레빈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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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 Levinson No.5909
Editor: Moonlight Sound
Photographer: 이선우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오디오가 히말라야 8천 미터급 산이라면 베이스캠프를 떠나 중간쯤 다다랐을 때 마주치는 브랜드다. 동네가 히말라야이니 베이스캠프라 해도 2천~3천 미터에서 시작이다. 200만~300만 원대 오디오로 음악을 즐기고 있다면 마크레빈슨은 사실 엄두도 내기 어려운 ‘다른 차원’의 브랜드다. 이 브랜드는 많은 이에게 ‘로망’이란 단어로 연상된다. 자동차로 치면 롤스로이스는 아니래도 벤틀리나 랜드로버쯤 된다. ‘억’ 소리가 난무하는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마크레빈슨은 과거와 달리 ‘착하디 착한’ 가격으로 ‘칭찬’받지만, 그렇다해도 마크레빈슨의 제대로 된 모노블록 파워앰프는 여전히 그랜저 한 대와 맞먹을 만큼 비싸다.
이번 리뷰는 마크레빈슨 50년 역사의 첫 헤드폰이다. 모델명은 No.5909. 반갑기 그지없는 제품이다. 마크레빈슨이 그렇게 전설적이지만, 사실 ‘마크레빈슨은 이렇구나’라고 강렬하게 느낀 적은 없었다. 그들의 주 종목이 프리앰프와 파워앰프이기 때문이다. 앰프는 스피커에 비해 그 소리 특성을 명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 오디오 시스템에서 앰프를 바꿨을 때보다 스피커를 바꿨을 때 소리의 변화가 훨씬 크다. 그래서 그동안 이런저런 기회로 마크레빈슨 앰프들을 들어봤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때그때의 느낌이 ‘콕 집어’ 마크레빈슨 덕인지, 스피커 덕인지 말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몇 번의 경험을 통해 그저 ‘차분하나 선명하고, 소리결은 매끄러운 소리’를 마크레빈슨의 사운드라고 ‘대략’ 짐작해왔을 뿐이다. 물론 어떤 시스템이든 마크레빈슨 앰프가 들어간 사운드는 대단히 훌륭했다. 다른 많은 애호가들도 공감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엔 헤드폰이다. 하이파이 시스템으로 치면 스피커다. 마크레빈슨의 소리가 정확히 무엇인지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더없는 기회다.
No.5909는 마크레빈슨의 소리가 정확히 무엇인지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더없는 기회다.
마크레빈슨 No.5909를 받아든 기분은 그랬다. 승용차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벤츠와 BMW가 과거 SUV를 출시했을 때의 기대감 같았다. 그들이 하면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라는 확신같은 마음이 들었다. No.5909은 가격이 꽤 나간다. 유선으로 들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무선 블루투스 헤드폰이란 점을 생각할 때 제법 비싸다. 젠하이저나 소니, 애플 등 무선 블루투스 헤드폰 시장의 리더들이 내놓은 플래그십 헤드폰들과 비교해봐도 그렇다. 치열한 시장에 고가의 제품을 출시한다는 건 자신감일 게다. 하이엔드 브랜드답다.
이 정도 가격, 이 정도 브랜드의 헤드폰이라면 외관이나 사용법을 설명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명품 가방을 사는 목적은 소지품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느냐 같은 실용의 영역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리뷰는 철저히 ‘어떤 소리인가’에 집중한다. 청음은 휴대전화 블루투스 연결과 소니 헤드폰 앰프 TA-ZA1ES 연결을 번갈아가며 진행했다. 유선 연결 시에는 필자가 평소 쓰는 젠하이저 HD-800s 헤드폰과 음질 특성을 비교하기도 했다. 당연히 무선일 때보다 유선 연결 때 음질이 한결 더 좋았으나 무선 연결 때의 음질도 포터블로 ‘궁극’의 음질을 얻고 싶은 유저라면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수준이었다.
고급스러운 휴대용 케이스를 기본제공하여, 보다 안전하게 제품을 가지고 다니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청음
Charlie Puth, ‘Marvin Gaye’
푸스의 첫 음부터 소리의 탁 트임이 느껴진다. 인상적이다. 쾌청한 가을하늘이 단번에 떠오르는 그런 소리다. 음색은 ‘의외로’ 심심하지 않다.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마크레빈슨 앰프들이 최근엔 보통 ‘심심한’ 소리라고 평가되는데, 소니 플래그쉽 헤드폰 앰프와의 조합으로 듣는 마크레빈슨 헤드폰은 전혀 심심하지 않다. 흔히 오디오적 쾌감이라 부르는 특성, 다시 말해 음 하나하나의 밀도가 높아 탄탄하고, 그래서 민첩하고, 그래서 생기 넘치게 들리는 특성이 확실하다.
확실히 그동안 마크레빈슨의 하이파이 프리/파워앰프가 내게 들려준 소리와는 좀 다른 소리다(하이파이에선 기기간 매칭이 소리 특성을 크게 바꾸는 경우가 다반사이니 필자가 들어본 마크레빈슨 사운드는 당연히 마크레빈슨의 전부가 아닐 것이다). 젠하이저 HD-800s와 같은 곡을 여러 번 번갈아 들어보면 확실히 HD-800s보다 조금 더 밝고 생기있는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소위 ‘소리가 나대는’ 단점은 없다. 수트 차림의 신사가 추는 경쾌한 춤이랄까.
쿠션이 있는 가죽 헤드밴드는 편리한 착용감은 물론 레드 스티치와 절묘한 조화를 이뤄 멋스럽다.
Meghan Trainor, ‘All about that bass’
트레이너의 보컬을 들어보니 이 헤드폰이 명암을 드러내는 특성이 다시 한번 드러난다. 기본적으로 보컬이 밝고 생기 있게 표현됨이 다시 확인된다. 소리가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의 대비, 다시 말해 다이나믹 레인지가 확실히 넓다고 느껴진다. 푸스의 곡에서 오디오적 쾌감이란 표현을 썼는데, 이 곡에서도 그런 특성이 여지없이 확인된다. 트레이너의 보컬은 어느 때보다 사뿐하고, 경쾌하고, 또렷하다.
오디오적 쾌감을 갖췄다 해서 특정 대역(주로 1~5khz)에서 나타나기 쉬운 딱딱하고 그래서 불편한 소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드라이버에 베릴륨 코팅이 돼 있다 해서 리뷰 전엔 사실 걱정이 앞섰다. 베릴륨 트위터가 채용된 스피커가 내는 이 대역 소리가 날카롭고 딱딱해서 불편했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No.5909는 그런 우려가 전혀 없다. 이는 역시 마크레빈슨이라고 말하고 싶다. 마크레빈슨이 세간의 좋은 평을 오랜 세월 잃지 않은 제1 요인이 바로 균형감이기 때문이다. 어느 대역이든 과하거나(주파수의 peak), 거꾸로 소극적인(주파수의 deep) 부분을 집요하다 할만큼 용납하지 않는 마크레빈슨이다. 그들의 첫 헤드폰에 이런 DNA가 고스란히 녹아들었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Max Richter, ‘Dream 3’
앞선 두 곡의 팝에서 언급하지 않은 저역에 대한 얘길 여기에서 해야겠다. 확실히 No.5909는 저역이 ‘점잖다.’ 양이 많지 않다. HD-800s가 저역을 절대 강조하는 헤드폰이 아님에도 그보다 No.5909의 저역이 더 절제된 느낌이다. 마크레빈슨 전용앱을 이용하면 ‘Bass Contour’에서 저음의 정도를 ‘Neutral’, ‘Enhanced’, ‘Attenuated’의 3가지 모드로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소극적’이란 말로 표현하긴 부적절하다. 그보단 절제란 말이 어울린다. 저역의 양이 조금 적을 뿐이지, 웬만한 오디오 기기에선 저역에서 표현되기 힘든 음계, 탄력, 리듬감이 그야말로 탁월하다. 막스 리히터의 Dream이란 곡은 하나의 모티브로 여러 변주곡이 파생되는데 공통된 특성은 심장을 울리는 무겁디 무거운 저역이다. 웬만한 하이파이 시스템에서 이 곡들을 재생하면 열이면 아홉은 이 저역을 어쩌지 못해 지저분하고, 다른 대역의 표현을 헤치기 마련이다.
허나 No.5909이 표현하는 리히터의 Dream은 헤드폰이란 ‘장르’에서 이 곡의 저역은 이 정도가 최적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육중하나 둔하지 않다. 그리고 듣는 내내 정확하다는 느낌을 거둬가지 않는다. 이건 푸스와 트레이너의 여러 곡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되는 특성이다.
교체 가능한 가죽 메모리 폼 이어쿠션은 귀를 감싸는 오버이어 타입으로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다. 또한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Oscar Peterson Trio, ‘Corcovado’
오스카 피터슨의 명작 ‘We get requests’ 앨범에서 늘 아쉬운 점은 오디오 시스템이 일정 수준 이상이 아니라면 늘 피터슨의 피아노 선율이 ‘뭉툭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겨우’(필자가 들어온 하이파이 시스템은 수천만~수억 원대였으니) 이 정도 가격의 헤드폰으로 듣는 피터슨의 피아노가 그 뭉툭함을 단번에 떨치고 마치 최신 앨범처럼 선명하고 경쾌하게 들린다. ‘Corcovado’는 물론이고, 이 앨범의 대표곡 ‘You look good to me’의 피아노 음은 더없이 생기있다.
아울러 역시 마크레빈슨답게 드럼 브러쉬가 내는 소리의 입자감이 곱디 곱다. 하이파이에서 마크레빈슨이 대역 밸런스와 더불어 매니아에게 가장 인정받는 덕목이 바로 섬세함이다. 소리를 시원하게 펼치되 그 입자가 자갈처럼 크고 거칠지 않고 백사장 흙처럼 곱고 부드럽다.
이어컵 하단에 물리 버튼이 위치하여 직관적으로 편리한 조작이 가능하다.
총평
필자야 음악과 오디오로는 자칭 ‘매니악’이니 형편만 허락한다면 헤드파이 시스템에 1천만 원도 기꺼이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질이 납득할 수준이라면 헤드폰 하나에 500만 원이래도 좋다. 평생 들을 음악이니 아깝지 않다.
리뷰를 마칠 즈음 이 헤드폰의 가격을 유심히 생각해봤다. 기본 성격이 무선 블루투스인 헤드폰이 100만 원 넘는 가격표를 달고 나왔다. 다소 고가라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필자는 납득됐다. 어느 대역도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게, 다시 말해 그저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려는 마크레빈슨의 그 집요함은 하이파이에 이어 헤드파이에서도 넉넉하게 실현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마크레빈슨이라는 전설의 업그레이드라 부르기에 지나침이 없다.
음악을 오래 듣는(들을) 리스너에게 추천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소리에 자극이 없고 또렷하기 때문이다. 이어컵 크기가 충분히 크면서도 무게가 가볍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다. 무선 블루투스 헤드폰의 믿을 만한 플래그십 제품을 찾는 리스너에게도 추천한다. 취향을 떠나 보자면 이 정도 퀄리티의 유무선 겸용 블루투스 헤드폰은 아마 당분간 출현하지 않을 것 같다. 이 모든 설명을 뛰어넘는 단 하나의 이유를 대라면 물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건 마크레빈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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