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디자인, 오픈형의 특징을 살린 TWS
ODDICT TWIG
Editor 송정은
Photographer 이선우
직업 특성 상 수많은 무선 이어폰을 매달 접하게 된다. 그런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모든 제품들이 다 인상적이지는 않다.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 속에 하루가 멀다 하고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의 제품들이 쏟아지다 보니 때로는 한 두 번 들어보고 다시는 찾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첫 인상’에서 합격점을 줄 만한 제품을 찾는다? 더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요즘에는...
이어폰이 우아할 수도 있다
그런데 서론의 내용을 반박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예시를 최근 찾게 됐다. 포터블 음향기기에서는 좀처럼 붙이기 힘든 수식어인 ‘우아하다’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ODDICT’의 ‘TWIG’이라는 제품이다.
TWIG에 대한 소개를 받기 위해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 마치 화장품 콤팩트 케이스나 조금 큰 그립톡을 연상시키는 TWIG의 충전 케이스를 보고 동공이 조금 커진 느낌을 받았다. 고급스러웠다. 매트한 블랙의 케이스 전면에 ‘ODDICT’라는 정갈한 로고가 눈에 띄었다. 뜻을 물어보니 ‘ODD ADDICT’의 준말이라고 한다. ‘특별함에 중독된다’ 정도로 해석하면 될까. 천천히 살펴보니 네이밍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별함이 눈에 띄었다. 케이스 뒷면은 조금 더 광이 나는 알루미늄 소재로 보였는데 촉감이 상당히 좋았다. 케이스를 유심히 살펴보는 필자를 보고 관계자들이 케이스 열고 유닛을 한번 봐보라고 이야기를 했다. 케이스 뚜껑을 여는 곳이라고 친절히 알려주는 둥근 홈쪽을 위로 밀어 보니 케이스 안에 조신하게 자리한 유닛의 모습이 보였다. 케이스 안에 유닛이 자리한 모습을 보자마자 ‘에어팟 같은 바(Bar) 형태 제품이구나’라는 직감이 바로 들었다. 흔하디 흔한 디자인이 연상되면서 우아함에 빠졌던 첫인상이 무색하게 조금 실망할 뻔 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케이스에서 유닛을 빼내 보았다. 그리고 내뱉은 필자의 첫마디.
“어? 이렇게 생긴 이어폰이 있네요? 오픈형이네요?”
관계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세계 최초로 알루미늄 실린더를 디자인에 적용한 바 형태의 오픈형 무선 이어폰입니다. 오픈형 무선 이어폰이 사실 흔하지는 않죠. 특별한 디자인적 요소를 담아보고자 이런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알루미늄 실린더라... 유심히 살펴보니 좋은 촉감을 느끼게 해준 케이스 뒷면과 유사한 디자인 결이다. 바 형태의 무선 이어폰? 바로 떠오르는 제품이 있다. 당연히 애플의 ‘에어팟’이다. 에어팟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우스꽝스러운 디자인이라고, 콩나물 같이 생겼다고 비웃는 사람들이 많았다. 만약 애플이 에어팟을 이런 형태로 디자인했다면 그런 비아냥들이 과연 있었을까 하고 잠시 생각해봤다. 에어팟의 디자인 형태를 카피한 시중에 수많은 바 형태의 무선 이어폰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컬러도 세련됐고 알루미늄 실린더도 굉장히 고급스러워 보였다. TWIG는 확실히 남다른 첫인상을 안겨줬다. 빨리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페어링을 해서 성능과 음색을 확인하고 싶었다.
참, 필자와 이야기를 나눈 관계자들의 소속이 궁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홈페이지만 들어가봐도 ODDICT라는 브랜드를 론칭한 주인공들이 누군지 바로 알 수 있다. 본 리뷰에서는 오직 ODDICT라는 브랜드의 색깔과 TWIG의 특징에만 집중하고 싶어서 따로 이들이 누군지 언급하지는 않겠다. 그래도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힌트를 주자면 ‘국내 이어폰 제조사’의 대명사격인 이들이다. 그러고 보니 디자인이 꽤 익숙하게 느껴진다. 2000년 대 중반 소니의 ‘MDR-E888’과 경쟁했던 국산 하이엔드 이어폰 ‘LMX-E700’을 기억하는 이라면 바로 알아챘으리라.

오픈형 유닛을 채택한 만큼 헐렁한 착용감이 걱정될 수 있지만 사진처럼 추가 실리콘 팁을 끼우면 No Problem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쓴 TWS
미팅을 끝내고 지하철로 귀가하는 길에 TWIG를 필자의 스마트폰과 바로 블루투스 페어링을 시켜보았다. 케이스에서 유닛을 꺼내고 얼마 후에 블루투스 장치 목록에 ‘TWIG’라는 이름이 떴다. 귀에 장착해보니 굉장히 익숙한 ‘마림바’ 사운드가 성공적인 페어링임을 경쾌하고 상쾌하게 알린다. 마림바 알림음 때문인지 청량하고 시원한 고음 강조형 음색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오픈형이나 보니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귀에 장착을 하니 헐렁한 착용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수납공간(?)이 넓은 귓구멍의 소유자라는 걸 잠깐 잊었다. 다행히 솔루션이 있었다. 바로 실리콘 팁. 꼼꼼하게 유닛에 실리콘 팁을 덧씌우고 다시 귀에 장착해보니 딱 맞는다. 커널형 이어폰 유닛이 주는 답답함에서 오랜만에 해방된 느낌이랄까. 아 참, 전용 앱도 같이 출시했다는 관계자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앱스토어에서 ‘ODDICT TWIG’라고 검색하니 쉽게 찾아진다. 후술하겠지만 앱도 꽤 잘 만들어졌다. 쉽고 간편한데 딱히 빼먹은 건 없다. 아직 TWIG의 사운드 퍼포먼스는 구경도 하기 전인데 좋은 인상을 준 포인트가 많다. 손에 딱 잡히는 둥글고 세련된 케이스, 날씬한 외형의 알루미늄 실린더가 적용된 유닛 본체, 오픈형 이어폰을 끼면 헐거운 착용감에 불안함을 느낄 이들을 위한 실리콘 팁, 깔끔하게 잘 정리된 앱과 경쾌한 마림바 알림음까지. 깔끔하고 정갈하게 필요한 것들은 다 구비를 해놨다. 신경을 많이 썼다는 인상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충전케이스의 뚜껑은 사진처럼 위로 밀어 열 수 있다.

별도의 무선 충전 패드를 구매하면 케이블을 꺼낼 필요가 없다.
가격은 89,000원 (사진 제공 = ODDICT)
오픈형 이어폰의 장점을 잘 유지한 사운드 특성
포터블 음향시장에서 ‘ANC(Active Noise Cancelling)’가 워낙 화두기도 하고 최근 출시하는 무선 이어폰들이 대부분 커널형으로 나오다 보니 TWIG가 주는 오픈형 특유의 말 그대로 ‘열려 있는’ 듯한 착용감이 처음에는 이질적으로 들렸다. 저음이 많이 빠지지는 않을까, 볼륨을 많이 올려야 하나 걱정이 들었던 것도 사실. 그래도 오랜만에 들어보는 오픈형 이어폰의 개방감 넘치는 사운드를 기대하며 첫 곡을 플레이했다. TWIG으로 처음 플레이 한 곡은 린킨 파크(Linkin Park)의 전설적인 라이브 중 하나로 꼽히는 2012년 LA에서 열린 ‘Carson, Honda Civic Tour’ 중 ‘Waiting For The End’였다. 고인이 된 보컬 체스터 베닝턴(Chester Benington)의 팝적인 감수성을 아주 잘 느낄 수 있는 미디움 템포의 곡으로 체스터와 마이크 시노다(Mike Shinoda)가 쌓아 올리는 보컬 하모니도 무척 인상적이다. 이 라이브 버전 같은 경우 도입부분의 마이크의 폭발적인 랩과 좀 더 전자음 스럽게 들리는 롭 버든(Rob Bourdon)의 드러밍, 그리고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장식하는 브래드 델슨(Brad Delson)의 딜레이 이펙트 가득 먹인 기타 솔로 등 원곡과는 사뭇 다른 사운드 적 요소로 인해 린킨 파크 팬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라이브 중 하나로 뽑힌다. TWIG는 이 모든 요소를 거의 놓치지 않고 잘 구현해 냈다. 특히 이 곡의 마지막 부분은 체스터가 하이라이트 멜로디를 반복적으로 부르면서 청자의 감정을 고조 시키는데, 라이브 공연이다 보니 공간을 울리는 리버브 사운드가 인상적으로 다가간다. 이 부분에서 TWIG가 가진 오픈형의 장점이 아주 잘 드러난다. 이어폰에서는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탁 트인 이 개방감. 꽤 만족스러운 사운드다. 최근 ‘쇼미더머니 9’에서 공개되며 인기를 끈 ‘쿤디판다’와 ‘JUSTHIS’의 ‘뿌리’도 이어서 감상해봤다. 곡 전반의 리듬과 비트를 담당해주는 베이스 기타소리가 생각보다 잘 들렸다. 일반적인 대중가요에서 청자가 느끼는 ‘저음’의 영역을 잘 어루만진 느낌이다. 왕관을 지키려는 자와 뺏어가려는 자간의 차지디 차진, 그리고 귀에 쏙쏙 박히는 명쾌한 딕션이 느껴지는 랩도 아주 선명하게 잘 재생된다. 다소 시끄러운 주변음이 많은 지하철 내에서도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강렬한 인상을 아주 높지 않은 볼륨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ODDICT앱의 EQ나 프리셋의 기능들도 충분히 잘 먹혔다. 디폴트 세팅으로 음악을 들으면 플랫한 음색이라기 보다는 다소 고음부분이 날카롭게 날이 서 있고 중음역대 보컬이 다소 멀게 느껴지는 감이 있는데 EQ나 프리셋을 이용하면 보완이 가능하다. TWIG를 사용하는 유저라면 적극적으로 이 기능들을 사용해보자. 오픈형 치고는 저음 펀치력이 상당히 좋아짐을 느낄 수 있다.

TWIG는 유닛에 이중 진동판 12mm 드라이버를 적용해 오픈형임에도 저음 타격감이 상당하다. 방수등급은 IPX4.
재생 시간 3시간은 좀...
사실 TWIG에 요즘 무선 음향기기의 필수요소인 ANC나 주변음 듣기, 멀티 포인트 같은 기능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6만 9천원이라는 가격은 살짝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사운드 재생 실력과 현재로서는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도 찾기 힘들 정도로 매끈하게 빠진 외형만 본다면 충분히 지불할 만한 가격이라는 의견도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다. 여기에 웬만한 스펙들은 야무지게 잘 담았다. 블루투스 5.0을 지원하며 USB- C타입 충전이기 때문에 충전 속도도 빠르고 10분 급속 충전으로 1 시간 가량 이용 가능한 기능도 있다. 무선충전도 가능하다. 알루미늄 실린더가 유닛과 만나는 부분을 터치하면 전화 받기, 재생, 음성 비서 호출 등이 가능하다. 인식률이 나쁜 편은 아닌데 터치부분의 실린더가 둥근데다가 위치가 어디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손에 익숙하게 할 필요는 있다.
바 형태 디자인이기 때문에 통화품질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웬만한 환경에서 큰 문제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통화품질을 보여줬다. TWIG가 사용 가능한 오디오 코덱은 가장 일반적인 SBC,AAC 코덱이며 재생 주파수 영역은 가청 주파수 대역인 20Hz부터 20kHz를 모두 커버한다. 특별할 것은 아니지만 부족함은 없는 성능이다. 무난하다는 표현을 하기에 큰 부담이 따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당히 아쉬운 단점 하나가 있다. 바로 재생 시간. 얇디 얇은 알루미늄 실린더 디자인을 적용하다 보니 배터리의 물리적 크기가 작아서 생긴 문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최대 재생시간이 3시간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완충된 충전 케이스를 이용하면 총 3번의 충전이 가능하기에 실사용 시간은 더 늘어나겠지만 요즘 출시되는 TWS 제품들의 배터리 성능을 생각하면 ODDICT는 두 번째 작품을 내놓을 때는 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어 보인다.

TWIG 전용 앱인 'ODDICT'의 EQ 세팅 기능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포지 셔닝
ODDICT의 TWIG는 음향 브랜드 보다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포지셔닝 되어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실제로 론칭이 된 후 ‘29cm’, ‘ALAN'S Chapter1’과 같은 편집숍과 백화점 등에서 TWIG를 만나 볼 수 있게 셀링 포인트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어폰 제품이니 다양한 청음샵에서도 구입과 청음이 모두 가능하다.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oddictofficial)에 올라와 있는 상당히 감각적인 사진들만 봐도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에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출시 이후 무선이어폰에 관심 많은 젊은 오디오파일들을 중심으로 상당히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후문을 들었다. 꽤 오랜 기간 사용해보면서 리뷰해보니 탄탄한 기본기의 사운드와 멋진 디자인 덕에 그 긍정적인 반응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세상에 완벽한 존재는 없기에 TWIG에도 몇몇 아쉬운 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첫 작품이 이 정도 만듦새를 갖고 있다면 칭찬을 아낄 필요는 없어 보인다.
ODDICT에서는 TWIG에 이어 ANC 기능 등을 장착한 후속작들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TWIG를 통해 충분한 제작 센스를 보여준 만큼 조금만 디테일을 다듬어서 계속해서 신선한 돌풍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USB-C타입 케이블로 충전할 수 있다. 우측 버튼을 누르면 남아있는 베터리량이 LED등으로 표시된다.

오픈형 이어폰의 장점을 잘 살린 ODDICT의 완전무선이어폰 TWIG (사진제공 = ODDICT)
CONTACT |
제조사 | ODDICT |
TEL | 02-543-0005 |
HOME | oddict.co.kr |
PRICE | 169,000 KRW |
#ODDICT #TWIG #오딕트 #오딕트트위그 #트위그 #오픈형 #오픈현TWS
우아한 디자인, 오픈형의 특징을 살린 TWS
ODDICT TWIG
Editor 송정은
Photographer 이선우
직업 특성 상 수많은 무선 이어폰을 매달 접하게 된다. 그런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모든 제품들이 다 인상적이지는 않다.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 속에 하루가 멀다 하고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의 제품들이 쏟아지다 보니 때로는 한 두 번 들어보고 다시는 찾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첫 인상’에서 합격점을 줄 만한 제품을 찾는다? 더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요즘에는...
이어폰이 우아할 수도 있다
그런데 서론의 내용을 반박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예시를 최근 찾게 됐다. 포터블 음향기기에서는 좀처럼 붙이기 힘든 수식어인 ‘우아하다’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ODDICT’의 ‘TWIG’이라는 제품이다.
TWIG에 대한 소개를 받기 위해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 마치 화장품 콤팩트 케이스나 조금 큰 그립톡을 연상시키는 TWIG의 충전 케이스를 보고 동공이 조금 커진 느낌을 받았다. 고급스러웠다. 매트한 블랙의 케이스 전면에 ‘ODDICT’라는 정갈한 로고가 눈에 띄었다. 뜻을 물어보니 ‘ODD ADDICT’의 준말이라고 한다. ‘특별함에 중독된다’ 정도로 해석하면 될까. 천천히 살펴보니 네이밍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별함이 눈에 띄었다. 케이스 뒷면은 조금 더 광이 나는 알루미늄 소재로 보였는데 촉감이 상당히 좋았다. 케이스를 유심히 살펴보는 필자를 보고 관계자들이 케이스 열고 유닛을 한번 봐보라고 이야기를 했다. 케이스 뚜껑을 여는 곳이라고 친절히 알려주는 둥근 홈쪽을 위로 밀어 보니 케이스 안에 조신하게 자리한 유닛의 모습이 보였다. 케이스 안에 유닛이 자리한 모습을 보자마자 ‘에어팟 같은 바(Bar) 형태 제품이구나’라는 직감이 바로 들었다. 흔하디 흔한 디자인이 연상되면서 우아함에 빠졌던 첫인상이 무색하게 조금 실망할 뻔 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케이스에서 유닛을 빼내 보았다. 그리고 내뱉은 필자의 첫마디.
“어? 이렇게 생긴 이어폰이 있네요? 오픈형이네요?”
관계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세계 최초로 알루미늄 실린더를 디자인에 적용한 바 형태의 오픈형 무선 이어폰입니다. 오픈형 무선 이어폰이 사실 흔하지는 않죠. 특별한 디자인적 요소를 담아보고자 이런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알루미늄 실린더라... 유심히 살펴보니 좋은 촉감을 느끼게 해준 케이스 뒷면과 유사한 디자인 결이다. 바 형태의 무선 이어폰? 바로 떠오르는 제품이 있다. 당연히 애플의 ‘에어팟’이다. 에어팟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우스꽝스러운 디자인이라고, 콩나물 같이 생겼다고 비웃는 사람들이 많았다. 만약 애플이 에어팟을 이런 형태로 디자인했다면 그런 비아냥들이 과연 있었을까 하고 잠시 생각해봤다. 에어팟의 디자인 형태를 카피한 시중에 수많은 바 형태의 무선 이어폰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컬러도 세련됐고 알루미늄 실린더도 굉장히 고급스러워 보였다. TWIG는 확실히 남다른 첫인상을 안겨줬다. 빨리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페어링을 해서 성능과 음색을 확인하고 싶었다.
참, 필자와 이야기를 나눈 관계자들의 소속이 궁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홈페이지만 들어가봐도 ODDICT라는 브랜드를 론칭한 주인공들이 누군지 바로 알 수 있다. 본 리뷰에서는 오직 ODDICT라는 브랜드의 색깔과 TWIG의 특징에만 집중하고 싶어서 따로 이들이 누군지 언급하지는 않겠다. 그래도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힌트를 주자면 ‘국내 이어폰 제조사’의 대명사격인 이들이다. 그러고 보니 디자인이 꽤 익숙하게 느껴진다. 2000년 대 중반 소니의 ‘MDR-E888’과 경쟁했던 국산 하이엔드 이어폰 ‘LMX-E700’을 기억하는 이라면 바로 알아챘으리라.
오픈형 유닛을 채택한 만큼 헐렁한 착용감이 걱정될 수 있지만 사진처럼 추가 실리콘 팁을 끼우면 No Problem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쓴 TWS
미팅을 끝내고 지하철로 귀가하는 길에 TWIG를 필자의 스마트폰과 바로 블루투스 페어링을 시켜보았다. 케이스에서 유닛을 꺼내고 얼마 후에 블루투스 장치 목록에 ‘TWIG’라는 이름이 떴다. 귀에 장착해보니 굉장히 익숙한 ‘마림바’ 사운드가 성공적인 페어링임을 경쾌하고 상쾌하게 알린다. 마림바 알림음 때문인지 청량하고 시원한 고음 강조형 음색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오픈형이나 보니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귀에 장착을 하니 헐렁한 착용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수납공간(?)이 넓은 귓구멍의 소유자라는 걸 잠깐 잊었다. 다행히 솔루션이 있었다. 바로 실리콘 팁. 꼼꼼하게 유닛에 실리콘 팁을 덧씌우고 다시 귀에 장착해보니 딱 맞는다. 커널형 이어폰 유닛이 주는 답답함에서 오랜만에 해방된 느낌이랄까. 아 참, 전용 앱도 같이 출시했다는 관계자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앱스토어에서 ‘ODDICT TWIG’라고 검색하니 쉽게 찾아진다. 후술하겠지만 앱도 꽤 잘 만들어졌다. 쉽고 간편한데 딱히 빼먹은 건 없다. 아직 TWIG의 사운드 퍼포먼스는 구경도 하기 전인데 좋은 인상을 준 포인트가 많다. 손에 딱 잡히는 둥글고 세련된 케이스, 날씬한 외형의 알루미늄 실린더가 적용된 유닛 본체, 오픈형 이어폰을 끼면 헐거운 착용감에 불안함을 느낄 이들을 위한 실리콘 팁, 깔끔하게 잘 정리된 앱과 경쾌한 마림바 알림음까지. 깔끔하고 정갈하게 필요한 것들은 다 구비를 해놨다. 신경을 많이 썼다는 인상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충전케이스의 뚜껑은 사진처럼 위로 밀어 열 수 있다.
별도의 무선 충전 패드를 구매하면 케이블을 꺼낼 필요가 없다.
가격은 89,000원 (사진 제공 = ODDICT)
오픈형 이어폰의 장점을 잘 유지한 사운드 특성
포터블 음향시장에서 ‘ANC(Active Noise Cancelling)’가 워낙 화두기도 하고 최근 출시하는 무선 이어폰들이 대부분 커널형으로 나오다 보니 TWIG가 주는 오픈형 특유의 말 그대로 ‘열려 있는’ 듯한 착용감이 처음에는 이질적으로 들렸다. 저음이 많이 빠지지는 않을까, 볼륨을 많이 올려야 하나 걱정이 들었던 것도 사실. 그래도 오랜만에 들어보는 오픈형 이어폰의 개방감 넘치는 사운드를 기대하며 첫 곡을 플레이했다. TWIG으로 처음 플레이 한 곡은 린킨 파크(Linkin Park)의 전설적인 라이브 중 하나로 꼽히는 2012년 LA에서 열린 ‘Carson, Honda Civic Tour’ 중 ‘Waiting For The End’였다. 고인이 된 보컬 체스터 베닝턴(Chester Benington)의 팝적인 감수성을 아주 잘 느낄 수 있는 미디움 템포의 곡으로 체스터와 마이크 시노다(Mike Shinoda)가 쌓아 올리는 보컬 하모니도 무척 인상적이다. 이 라이브 버전 같은 경우 도입부분의 마이크의 폭발적인 랩과 좀 더 전자음 스럽게 들리는 롭 버든(Rob Bourdon)의 드러밍, 그리고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장식하는 브래드 델슨(Brad Delson)의 딜레이 이펙트 가득 먹인 기타 솔로 등 원곡과는 사뭇 다른 사운드 적 요소로 인해 린킨 파크 팬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라이브 중 하나로 뽑힌다. TWIG는 이 모든 요소를 거의 놓치지 않고 잘 구현해 냈다. 특히 이 곡의 마지막 부분은 체스터가 하이라이트 멜로디를 반복적으로 부르면서 청자의 감정을 고조 시키는데, 라이브 공연이다 보니 공간을 울리는 리버브 사운드가 인상적으로 다가간다. 이 부분에서 TWIG가 가진 오픈형의 장점이 아주 잘 드러난다. 이어폰에서는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탁 트인 이 개방감. 꽤 만족스러운 사운드다. 최근 ‘쇼미더머니 9’에서 공개되며 인기를 끈 ‘쿤디판다’와 ‘JUSTHIS’의 ‘뿌리’도 이어서 감상해봤다. 곡 전반의 리듬과 비트를 담당해주는 베이스 기타소리가 생각보다 잘 들렸다. 일반적인 대중가요에서 청자가 느끼는 ‘저음’의 영역을 잘 어루만진 느낌이다. 왕관을 지키려는 자와 뺏어가려는 자간의 차지디 차진, 그리고 귀에 쏙쏙 박히는 명쾌한 딕션이 느껴지는 랩도 아주 선명하게 잘 재생된다. 다소 시끄러운 주변음이 많은 지하철 내에서도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강렬한 인상을 아주 높지 않은 볼륨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ODDICT앱의 EQ나 프리셋의 기능들도 충분히 잘 먹혔다. 디폴트 세팅으로 음악을 들으면 플랫한 음색이라기 보다는 다소 고음부분이 날카롭게 날이 서 있고 중음역대 보컬이 다소 멀게 느껴지는 감이 있는데 EQ나 프리셋을 이용하면 보완이 가능하다. TWIG를 사용하는 유저라면 적극적으로 이 기능들을 사용해보자. 오픈형 치고는 저음 펀치력이 상당히 좋아짐을 느낄 수 있다.
TWIG는 유닛에 이중 진동판 12mm 드라이버를 적용해 오픈형임에도 저음 타격감이 상당하다. 방수등급은 IPX4.
재생 시간 3시간은 좀...
사실 TWIG에 요즘 무선 음향기기의 필수요소인 ANC나 주변음 듣기, 멀티 포인트 같은 기능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6만 9천원이라는 가격은 살짝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사운드 재생 실력과 현재로서는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도 찾기 힘들 정도로 매끈하게 빠진 외형만 본다면 충분히 지불할 만한 가격이라는 의견도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다. 여기에 웬만한 스펙들은 야무지게 잘 담았다. 블루투스 5.0을 지원하며 USB- C타입 충전이기 때문에 충전 속도도 빠르고 10분 급속 충전으로 1 시간 가량 이용 가능한 기능도 있다. 무선충전도 가능하다. 알루미늄 실린더가 유닛과 만나는 부분을 터치하면 전화 받기, 재생, 음성 비서 호출 등이 가능하다. 인식률이 나쁜 편은 아닌데 터치부분의 실린더가 둥근데다가 위치가 어디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손에 익숙하게 할 필요는 있다.
바 형태 디자인이기 때문에 통화품질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웬만한 환경에서 큰 문제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통화품질을 보여줬다. TWIG가 사용 가능한 오디오 코덱은 가장 일반적인 SBC,AAC 코덱이며 재생 주파수 영역은 가청 주파수 대역인 20Hz부터 20kHz를 모두 커버한다. 특별할 것은 아니지만 부족함은 없는 성능이다. 무난하다는 표현을 하기에 큰 부담이 따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당히 아쉬운 단점 하나가 있다. 바로 재생 시간. 얇디 얇은 알루미늄 실린더 디자인을 적용하다 보니 배터리의 물리적 크기가 작아서 생긴 문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최대 재생시간이 3시간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완충된 충전 케이스를 이용하면 총 3번의 충전이 가능하기에 실사용 시간은 더 늘어나겠지만 요즘 출시되는 TWS 제품들의 배터리 성능을 생각하면 ODDICT는 두 번째 작품을 내놓을 때는 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어 보인다.
TWIG 전용 앱인 'ODDICT'의 EQ 세팅 기능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포지 셔닝
ODDICT의 TWIG는 음향 브랜드 보다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포지셔닝 되어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실제로 론칭이 된 후 ‘29cm’, ‘ALAN'S Chapter1’과 같은 편집숍과 백화점 등에서 TWIG를 만나 볼 수 있게 셀링 포인트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어폰 제품이니 다양한 청음샵에서도 구입과 청음이 모두 가능하다.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oddictofficial)에 올라와 있는 상당히 감각적인 사진들만 봐도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에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출시 이후 무선이어폰에 관심 많은 젊은 오디오파일들을 중심으로 상당히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후문을 들었다. 꽤 오랜 기간 사용해보면서 리뷰해보니 탄탄한 기본기의 사운드와 멋진 디자인 덕에 그 긍정적인 반응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세상에 완벽한 존재는 없기에 TWIG에도 몇몇 아쉬운 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첫 작품이 이 정도 만듦새를 갖고 있다면 칭찬을 아낄 필요는 없어 보인다.
ODDICT에서는 TWIG에 이어 ANC 기능 등을 장착한 후속작들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TWIG를 통해 충분한 제작 센스를 보여준 만큼 조금만 디테일을 다듬어서 계속해서 신선한 돌풍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USB-C타입 케이블로 충전할 수 있다. 우측 버튼을 누르면 남아있는 베터리량이 LED등으로 표시된다.
오픈형 이어폰의 장점을 잘 살린 ODDICT의 완전무선이어폰 TWIG (사진제공 = ODD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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