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명가 AKG와 삼성전자의 장점이 더해진 무선이어폰

AKG N400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오스트리아 브랜드 AKG가 하만에 인수됐고, 하만은 다시 삼성전자에 인수됐다. 회사의 주인은 이렇게 두 차례 바뀌었지만 하만의 기술력이 AKG를 보다 강력하게 만들었고, 삼성전자가 AKG를 순식간에 유명 브랜드로 만들었다. ‘AKG N400’은 합리적인 가격에 고음질과 노이즈캔슬링 기슬을 간직하고, 삼성전자를 통해 홍보되면서 출시와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AKG,  하만,  그리고  삼성전자

2016년 삼성전자가 하만 인터내셔널을 인수했다. 당시 인수가액은 80억 달러로, 그 시기 환율로 9조원가량에 인수했다.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한 까닭은 갈수록 커지는 전장부품 시장과 함께 오디오, 조명, 제어기술 등을 보유한 하만과 삼성전자와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 전장부품 사업이 규모가 훨씬 크지만 하만의 오디오 브랜드들은 B2B 산업인 전장부품보다 인지도 면에서 훨씬 앞선다. 하만 산하에는 AKG, 하만카돈 Harman Kardon), 인피니티(Infinity), JBL, 렉시콘(Lexicon),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레벨(Revel) 등 다앙한 오디오 브랜드가 있다. 하만 입장에서도 삼성전자에 인수됨으로써 전 세계 삼성전자 스토어에서 하만 제품을 유통할 수 있게 됐으니 하만 오디오 브랜드의 가치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하만의 오디오 중에서 렉시콘, 마크레빈슨, 레벨은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다. 대형 플로어스탠딩 스피커와 프리/파워 앰프, DAC 등을 만들어 오디오파일(Audiophile)들에게 판매한다. 인피니티와 하만카돈, 그리고 JBL은 중급 브랜드다. 이들 브랜드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JBL은 포터블 오디오 부문을 강화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서론이 길었는데, AKG는 오스트리아에서 탄생한 브랜드다. ‘Akustische und Kino- Geräte GmbH’의 줄임말인 AKG를 영어로 해석하면 ‘Acoustic & Cinema Equipment Co.,Ltd’가 된다. 음향&영상장비 회사인 셈이다.

실제 AKG는 방송 음향 분야에서 긴 역사와 특출난 노하우를 간직한 기업이다. 1947년부터 시작된 AKG는 지금까지 수많은 레코딩 스튜디오에 마이크와 헤드폰을 납품했다. 또 측정용 마이크와 측정 장비로도 유명해 유럽에서는 많이 사용되는 브랜드다. AKG는 1994년 미국 하만에 인수됐고, 다시 하만이 2016년에 삼성전자에 인수됐으니 AKG도 삼성의 계열사가 된 셈이다.


명품 헤드폰과 이어폰을 만들어 온 AKG, 갤럭시 인기를 업다

AKG는 헤드폰과 이어폰의 음질이 매우 유명한데, 헤드폰으로는 레퍼런스 헤드폰인 K701, K702가 오랫동안 ‘가성비’ 헤드폰으로 인기를 모았다. 이어폰 중에서는 2개의 BA 드라이버와 1개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혼용한 하이브리드-하이엔드 이어폰 ‘K3003’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AKG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K3003은 국내 출시 가격이 170만원에 달했다. 지금이야 멀티 드라이버 유닛, 하이브리드 드라이버 유닛이 그리 드물지 않지만 K3003이 출시됐던 2014년만  해도 고가의 하이엔드 이어폰에서나 볼 수 있는 사양이었다. BA 드라이버를 통한 명징한 고음역과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통한 풍성한 저음역의 뛰어난 밸런스, 고급스러운 메탈 하우징 만듦새와 패키징 등이 AKG를 이어폰에서도 명가로 만들었다. 하지만 당시 100만원을 호가했던 K3003은 대중적으로 많이 판매될 수 있는 제품은 아니었다. 삼성전자는 럭셔리 니치 마켓이 아닌, 대중적인 매스 마켓에 집중하는 글로벌 컴퍼니다. 10만 세트 이하로 판매하는 제품은 그리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후 AKG의 활용법을 완전히 바꿨는데, 우선 자사 갤럭시 스마트폰의 번들 이어폰에 AKG 튜닝을 적용하고 AKG 로고를 붙이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였고, 갈수록 커지고 있는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보급형~중급 제품을 삼성전자로, 고급형 제품을 AKG로 출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에어팟의 대항마는 갤럭시 버즈가 아니었다

애플이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포함한 에어팟 프로(Airpod Pro)를 출시한 후, 세간에서는 갤럭시 버즈 플러스에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실제 출시된 갤럭시 버즈 플러스에는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없었고, 대신 뒤이어 AKG가 액티브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포함한 ‘AKG N400’ 무선이어폰을 출시했다.

AKG N400은 일단 애플의 에어팟 프로에 대응하는 제품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음질에 대한 부족한 부분을 AKG를 인수(하만을 인수)함으로써 해결했고, AKG의 첫 액티브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으로 에어팟 프로와 출시시기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오히려 N400은 출시가격이 22만9000원이어서 32만9000원인 에어팟 프로보다 가격 경쟁력이 훨씬 높다. 음질만 놓고 보면 AKG의 역사와 존재감이 상당하기에 판매량은 차치하고, 객관적으로만 보면 AKG N400이 훨씬 가치 있어 보인다. 다만 에어팟 프로가 케이스도 가볍고 얇아 휴대성이 뛰어난 반면, N400은 아노다이징 처리한 알루미늄 케이스를 사용했는데 두껍고 묵직하다. 고급스러운 느낌은 있지만 주머니에 넣기에는 부담스러운 크기다.


AKG N400은 ANC기능의 장착, IPX 7등급의 생활방수, ANC Off 시 최대 6시간 배터리 타임, Qi 무선 충전 등 최신 스펙을 야무지게 담아넣었다.


고급스럽게, 하지만 대중적이게 완성된 N400

N400의 색상은 블랙, 실버, 블루 3가지다. 케이스 자체가 Qi(치) 무선충전을 지원해 무선충전 패드가 있으면 충전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충전 단자는 최신 제품답게 USB 타입-C 단자를 사용한다. 이어팁은 대/중/소 3종이, 그리고 컴플라이 사의 폼팁이 추가로 제공된다. 귀에 착용했을 때 이어버드가 잘 빠지지 않도록 고정해 주는 윙팁도 있다.

N400은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1개만 사용했다. 8.2mm 구경의 다이내믹 드라이버 하나뿐이지만 다른 다이내믹 드라이버 사용 완전무선 이어폰 중에서는 직경이 큰 편. 또한 드라이버 유닛 앞에 메탈 소재 어쿠스틱 챔버와 중립적인 미드레인지 재생을 위한 사운드 필터가 자리해 명료한 사운드를 만들어준다. 이 밖에 빔포밍 마이크가 장착돼 통화 품질도 생각 외로 괜찮다. 바람이 아주 심하지 않고 주변 소음이 적으면 N400만으로도 충분히 통화할 수 있다.


AKG  N400을 충전 크래들에 장착시 유닛의 좌,우가 바뀌어서 들어가는 것을 체크해놓자.


무겁다, 수납이 불편하다, 하지만 갖고 싶다

N400의 단점은 다소 무겁다는 점. 하지만 귀에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니다. 가장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케이스 안에 이어버드를 수납할 때 왼쪽- 오른쪽 방향이 반대로 돼 있는 점이다. 왼손으로 왼쪽에 있는 이어버드를 잡아 왼쪽 귀에 꽂았던 자연스러웠던 동작이 N400에서는 통용되지 않아 은근히 불편했다. 

N400의 조작은 터치 컨트롤을 지원한다. 이어폰을 가볍게 터치하는 것으로 다음 곡을 재생하거나 걸려온 전화를 받을 수 있다. 또 스와이프 동작으로 볼륨 조절도 가능하다. 주변 소음을 들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주변 소리 듣기(Ambient Aware) 기능을 켜 주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일 하며 음악과 주변 소리를 들을 수도, 자전거를 타면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

N400은 IPX7 등급의 생활방수 기능을 지원하지만 이어버드가 묵직해 격렬한 운동을 하며 착용하기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인상이다. 한여름에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귀 안에 땀이 찰 일은 드물다. 너무 방수 기능을 신뢰하기보다 이어폰이 수분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좋다.

AKG N400은 AKG 전용 앱을 통해 사운드 이퀄라이징이 가능하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활성화/비활성화도, 주변 소리 듣기도, 톡쓰루(Talk Thru) 기술로 주변 친구의 대화를 잘 들리게 할 수도 있다. 또 EQ 편집을 통해 원하는 음으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내 이어버드 찾기 기능도 지원한다.

AKG N400은 일단 유선이어폰이 아니다. 무선이어폰의 편리함과 함께 음질적인 한계도 명확하다. 동일한 이어폰이어도 배터리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무게는 가볍게 해야 한다. 다행히 N400은 완충 시, 그리고 액티브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사용할 경우 5시간가량 연속 사용이 가능하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사용하지 않으면 6시간가량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배터리 수명도 만족스럽다.



AKG N400의 충전 크래들 후면. USB-C타입 포트와 블루투스 페어링 버튼이 있다.


우수한 음 밸런스와 질감이 인상적

AKG N400의 음질은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AKG의 튜닝이 더해져서 음 밸런스는 매우 뛰어나지만 BA 드라이버만큼의 투명함은 살짝 부족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튜닝이 상당히 잘 돼 있어 음 밸런스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투명도가 살짝 부족할 뿐 소리의 정위감과 입체감이 상당하다. 페어링도 신속하고 소리의 통일감이 기분 좋다. 케이티 페리의 ‘Roar’, 시아가 부른 ‘Titanium’ 같은 보컬의 비중이 높은 곡들을 들을 때 음의 밀도, 음의 질감이 잘 전해진다. 다만 초고해상도 음을 즐기기에는 무선 이어폰의 태생적 한계를 보이지만...

노이즈캔슬링 기능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물론 소니의 ‘WH-1000XM3’나 보스의 ‘QC35’ 수준의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소음 감소 효과가 이어폰치고 꽤 준수하다. 영화나 음악을 재생하면 적정 볼륨에서도 외부 소음이 상당 부분 차단돼 몰입감을 높일 수 있다. 종합해 보면, AKG N400은 AKG 전통적인 장인정신과 가내수공업 느낌은 줄어들고 삼성전자의 느낌이 더해진 제품이다. 그렇지만 이것을 나쁘게 볼 수는 없다. IT 기업의 강점이 음질과 더해져 첨단 이어폰이 됐다(빅스비와 구글 어시스턴트 연결, 무선충전, 노이즈캔슬링 등). 게다가 가격도 만듦새를 고려하면 꽤 합리적이다. 이 가격과 이 만듦새, 그리고 이 성능이라면 한동안 무선 이어폰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을 수 있을 듯하다.


AKG N400은 L/M/S 사이즈의 실리콘 이어팁과 1쌍의 컴플라이 폼팁, 착용 시 고정력을 높이는 윙팁 2쌍이 제공된다.


Edited by Jason Lee

Photographed by Sunwo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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