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보는 GRAMMY AWARDS A to Z

재미로 보는 GRAMMY AWARDS A to Z


Editor: 송정은


제 63회 그래미 어워드 시상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는 그 해 음악, 음향, 오디오북 등 소리를 다루는 모든 대중예술을 대상으로 최고의(물론 이 최고의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매년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활약을 펼친 아티스트, 프로듀서, 엔지니어, 앨범,

곡, 뮤직비디오, 퍼포먼스 등에 상을 주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꼽힌다. 1959년부터 시작 됐을 정도로 유서도 깊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여러 논란을 불러오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2021년 그래미 어워드의 경우(코로나 19로 인해 한국시간 기준 2021년 3월 15일로 연기됐다) 2020년을 그야말로 강타해버린 ‘더 위켄드(The Weekend)’에게 ‘0 노미니(Nominee)’라는 무시에 가까운 처사를 보여주며 시작도 전에 상당히 삐걱거리는 중이다. 힙합과 스트리밍으로 대표되는 2010년 대 후반의 대중음악 트렌드에 대해 여전히 고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레코딩 아카데미, 더 위켄드의 사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노미네이션, 상업성과 음악성, 혹은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여전히  갈팡질팡하는 심사 기준 등으로 인해 오랜 세월 쌓아둔 명성에도 흠이 가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래도 그래미는 그래미다. ‘제너럴 필드(General Field, 한국에서는 본상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쓰인다)’와 ‘장르 필드(Genre Field)’의 두 영역으로 나누어 진행되는 이 거대한 이벤트에서 누가 최종 위너가 되는지는 늘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올해는 그래미 시상식에 큰 관심이 없었더라도 한국인이라면 꽤 촉각을 곤두세울 수도 있을 것. 바로 2020년

‘DYNAMITE’를 메가 히트시간 ‘BTS’가 한국 대중음악 가수 최초로 그래미 어워드(장르 필드 Best Pop Duo/Group Performance)를 받을 수 있을지도 온 나라의 미디어가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제 63회 그래미 어워드는 2019년 9월 1일부터 2020년 8월 31일까지의 모든 곡과 음반을 대상으로 한다.

그래서 이 기회에 가장 클래식 한 훑어보기 방식인 ‘A to Z’를 이용해 그래미 어워드를 수놓은, 혹은 외면 당한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알파벳 순으로 나열해보고자 한다. 흥미롭게 봐주길 바란다. 재미로 봐주길 바란다. 그럼 A부터 출발! 


A : Album of The Year

먼저 ‘Album of The Year’를 짚고 넘어가보자. 100가지가 넘는 그래미의 시상 부문 중에서도 최고의 영예를 가져다 주는 부문이 바로 이 것이다. 앨범에 참여한 모든 이에게 주어진다. 참고로 2020년 1월에 열린 제 62회 그래미 어워드 ‘Album of The Year’는 ‘빌리 아일리쉬’의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 또 다른 A 키워드로는 1990년 첫 번째 그래미 레전드상 수상자 중 한명인 영국의 뮤지컬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 역사상 2번째로 그래미 어워드 제네럴 4부문을 수상한(한 해에 수상한 것은 아니다) 싱어송라이터 ‘아델(Adel)’, 그래미를 포함한 미국 엔터테인먼트 4대 시상식(EGOT : Emmy, Grammy, Oscar, Tony)을 석권한 작곡가 ‘앨런 멩켄(Alan Menken)’등을 뽑아보겠다. 오, 1996년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의 주인공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을 빼먹으면 안되지.

2020년 제 62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을 포함 제네럴 4관왕에 오른 빌리 아일리쉬 (사진=grammy.com)


B : Beyoncé, BTS

사실 그래미와 연을 맺은 B로 시작하는 아티스트가 많아도 너무 많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첫 번째는 ‘비욘세(Beyoné)’가 아니겠는가. 이 슈퍼스타에 대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녀의 그래미 수상실적만 살펴 보면 총 66회 후보 지명 중 23회 수상, 역대 최다 수상 8위를 기록 중이다. 비욘세는 2021년 그래미 어워드에도 총 9개 부문에 노미네이션 되었다.

이외 흥미 있는 B 키워드로는 수상은 못했지만 가장 많이 노미네이션 된 이른바 ‘콩라인’ 역대 1위(17회)의 ‘브라이언 맥나이트(Brian McKnight)’, 3위(15회)의 ‘비요크(Bj?rk), 게임음악으로는 최초로 수상한 ‘Baba Yetu(문명 4 OST 수록곡, 2011년 53회 Best Instrumental Arrangement Accompanying Vocalist 부문)’가 눈에 띈다. 레전드들도 많다. 밥 딜런(Bob Dylon, 38회 노미네이션과 10회 수상), 비틀스(Beatles, 23회 노미네이션과 7회 수상), 빌리 조엘(Billy Joel, 23회 노미네이션과 5회 수상), 비 지스(Bee Gees, 9회 노미네이션과 5회 수상) 등등... 

내년에는 과연 BTS?

2021년 제 63회 그래미 어워드 ‘Best Pop Duo/Group Performance’에 후보가 된 BTS. 과연 ‘WINS’자리에 숫자 1이 채워질 수 있을까? (사진=grammy.com 캡쳐)


C : Coldplay, Christopher Cross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그래미가 최근 권위를 잃어가는 이유는? 바로 지나친 보수적(Conservative) 태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바로 전년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거둔 성과들은 과연 그래미는 어떻게 보고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삼천포로 더 빠지기 전에 C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도 있는 ‘콜드플레이(Coldplay)’를 보자. 총 30회 노미네이션 중 7회 수상을 기록한 콜드플레이. 이들은 2004년 올해의 레코드 ‘Clocks’, 그리고 2008년 그래미 올해의 노래 ‘Viva La Vida’로 2번의 제네럴 필드 수상이력을 갖고 있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멜로디로 누구나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취향의 어덜트 컨템퍼러리 장르의 대가로 불린 ‘크리스토퍼 크로스(Christopher Cross)’. 그는 1979년 말에 발매한 동명의 앨범 ‘Christopher Cross’로 1981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신인상까지 제네럴 필드의 4부문을 최초로 석권한 대기록을 세우며 최전성기를 누렸다. 한편 한해에 그래미 어워드의 제네럴 필드를 모두 석권한 이 대기록을 작년에 또 달성한 이가 있다. 바로 빌리 아일리쉬. 

Coldplay가 2019년 11월 발매한 정규 8집 앨범 ‘Everyday Life’가 2021년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올랐다.


D : Dua Lipa, Desspacito, Daft Punk

현 시점에서 가장 폼(Form)이 좋은 여자 솔로 아티스트를 뽑으라면 단연 ‘두아 리파(Dua Lipa)’다. 2017년 ‘New Rules’로 UK 차트를 초토화 시킨 후 미국으로 진출, 기복 없는 우상향 그래프의 이상적인 성장을 보이며 2019년에는 그래미 어워드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두아 리파가 2019년 10월에 발매한 2집 ‘Future Nostalgia’의 싱글 ‘Don’t Start Now’는 굉장한 인기를 끌며 두아 리파의 인지도를 대폭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두아 리파의 정규 2집 앨범은 이번 63회 그래미 어워드의 올해의 앨범을 수상할 유력 후보로도 꼽히고 있다.

2017년을 뜨겁게 달군 루이스 폰시(Luis Fonsi)의 라틴 팝 ‘Despacito’를 기억하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2017년 빌보드 핫 100 16주 연속 1위(역대 2위 기록)라는 사실 하나로 이 노래가 그 해 얼마나 뜨거운 열기로 타올랐는지는 설명이 가능할 터. 라틴 음악은 그래미에서 흑인 음악 이상으로 무시 받아 온 장르라 2018년 제 60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루이스 폰시의 수상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제네럴 필드만 3개를 차지한 ‘브루노 마스(Bruno Mars)’라는 벽을 넘기에는 무리였다.

2014년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EDM 듀오 ‘다프트 펑크(Daft Punk)’ 의 ‘Random Access Memories’가 올해의 앨범을 차지하며 그래미가 갖고 있는 ‘장르 편중’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잠시나마 불식 시키는 데는 성공했었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다프트 펑크는 2021년 2월말 해체를 선언했다. Get Unlucky...

‘Furture Nostalgia’앨범을 발매하며 최근 기세가 잔뜩 오른 ‘Dua Lipa’. 2021년 그래미 제네럴 3부문 후보가 되었다. (사진=nme.com)


E : Eminem, EGOT

굉장히 쉬운 문제를 하나 내보겠다. 2000년대에 힙합, 아니 나아가 전 세계 대중 음악계에서 가장 많은 음반을 판 가수는? E를 보고 눈치 챘겠지만 바로 ‘에미넴(Eminem)’이다. 그야말로 ‘올 타임 넘버 원’ 힙합 아티스트 중 한 명인 그는 총 15회의 그래미 상을 수상하며 이름값을 하는 중이다. 그런데 그 조차도 총 15회의 수상 이력 중 단 한번도 제네럴 필드 수상을 못했다는 사실. 그래미가 흑인 음악을 높이 평가하지 못하는 ‘화이트 그래미’라는 오명을 받게 된 대표적인 사례로 뽑히고는 한다. 그가 역사상 가장 성공한 백인 힙합 아티스트임을 떠올려 보면 무척 아이러니한 일. A 키워드에서 소개했지만 그래미를 포함 ‘에미(Emmy, TV)’, ‘오스카(Oscar, 영화)’, ‘토니(Tony, 연극)’를 포함한 ‘EGOT’는 미국 대중문화의 그랜드슬램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각 부문의 최고에게 수상하는 이 시상식을 모두 석권한 사람은 역사상 16명 밖에 없다고 한다. 대표 인물로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dgers)’, ‘오드리 햅번(Audrey Heburn)’, ‘우피 골드버그(Whoopi Goldberg)’, 그리고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R&B 싱어송라이터 ‘존 레전드(John Legend, 그래미 어워드는 총 10회 수상)’. 아, 1993년 ‘Unplugged’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 총 17회 수상에 빛나는 기타의 신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은 당연히 잊지 않았다. 물론 ‘엘튼 존(Elton John, 34회 노미네이션과 5회 수상)’과 ‘이글스(Eagles, 18회 노미네이션 6회 수상)’도.

도대체 늙을 생각이 없는 Eminem (사진= media.pitch fork.com)


F : Fiona Apple, Foo Fighters

2020년 평단의 평가만 놓고 볼 때 최고의 아티스트는 단연 ‘피오나 애플(Fiona Apple)’이다. 메타크리틱 스코어 98, 카녜 웨스트(Kanye West)의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이후 10년 만의 피치포크 만점 스코어 등 가장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앨범에는 틀림이 없다. 물 샐 틈 없이 꽉 짜여진 음악적 구성과 독특한 레코딩 방식 등으로 천재성을 유감없이 드러냈지만 이번 63회 그래미 어워드의 제네럴 필드에는 전혀 노미네이트 되지 않으며(베스트 락 송 등 장르 필드 3개 부문 노미네이트) 논란을 부채질 하는 중이다.

2021년 1월 싱글 ‘Waiting on a War’를 발매하며 건재함을 알린 미국 최고의 인기 록밴드 ‘푸 파이터스(Foo Fighters)’도 총 11개의 그래미 수상실적을 자랑한다. 그래미가 사랑하는 대표적인 록 밴드지만 아직 제네럴 필드 수상 이력은 없다. 많은 록 팬들이 2012년 올해의 앨범 부문에 올랐던 ‘Wasting Light’가 바로 전년도 올해의 앨범을 수상했던 캐나다의 인디 록밴드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의 ‘The Suburbs’에 이어 2년 연속 록 밴드로 수상하기를 바랐지만, 2010년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약 3,100만 장)인 아델의 ‘21’이 후보에 있던 것이 아쉬웠을 것이다.

2020년 호평, 또 호평의 연속이었던 Fiona Apple의 ‘Fetch The Bolt Cutters’


G : Grammy, George Gershwin

그런데 그래미(Grammy)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1950년대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가 만들어지면서 레코드 회사 간부들은 음악계의 거장들에게도 권위 있는 상을 수여하자는 의견을 채택, 지금의 미국 음반 예술 산업 아카데미를 설립해 거대한 이벤트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이 와중에 시상식 이름을 정할 필요가 생겼는데 처음에는 축음기(Phonograph)를 발명한 에디슨의 이름을 따 ‘에디상’으로 지으려 했지만, 결국에는 1958년에 발명가 ‘에밀 벌리너(Emile Berliner)’가 만든 ‘그라모폰(Gramophone)’에서 Grammy라는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그래미 어워드가 만들어진 당시 우리가 흔히 아는 전축과 LP가 보급화 되면서 음반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흥미로운 사실.

1986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특별 공로상을 수상한 미국을 대표하는 클래식,재즈 작곡자 ‘조지 거슈인(George Gershwin)’도 빼놓으면 안되겠다.

이번 그래미 어워드는 코로나 19로 인해 3월 14일(미국 현지시각)로 연기됐다. (사진=pbs.twimg.com)


H : Herbie Hancock. Harry Styles

두말 할 것 없이 재즈계의 거장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이다.이 빛나는 재즈 거물은 그래미 어워드 역사상 총 34회 노미네이션 되어 14회 수상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갖고 있다. 흔히 허비 행콕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1983년 발표곡 ‘Rockit’으로 그래미를 휩쓸었을 것 같지만 그가 받은 총 14회의 수상실적은 모두 Rockit 이후의 것들이다. 수상 이력을 자세히 살펴보면, 재즈 장르 필드에서 뿐 아니라 2008년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River: The Joni Letters’로 무려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당시 그의 나이 68세. 그래미는 재즈 음악계에서의 그의 공로를 인정하며 2016년에는 평생 공로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글로벌 보이밴드 ‘원 디렉션(One Direction)’의 멤버로 돌아 온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는 어떨까? 2020년 큰 인기를 얻으며 빌보드 차트 역주행의 신화를 쓴 ‘Watermelon Sugar’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제너럴 필드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래도 그가 솔로활동을 한 이래 최초로 장르 필드 3부문에는 후보로 올라 2020년의 솔로 활동이 꽤 괜찮았음을 입증하는 데는 성공했다.

2008년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했던 Herbie Hancock (사진=grammy.com)


I : Itzhak Perlman, Imagine Dragons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를 뽑자면 누구일까? 아마 ‘앉아있는 거인’, ‘이츠하크 펄만(Itzhak Perlman)’을 첫 손가락으로 꼽는 이가 가장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츠하크 펄만은 그가 가장 활발히 활동했던 70년대 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그래미의 기악, 실내악 퍼포먼스 부문을 석권하다시피 하며 총 15회의 놀라운 수상 이력을 남겼다. 그래미도 이를 인정, 2008년 그에게 평생 공로상을 수상하며 이 위대한 연주자를 기리고자 했다. 그의 일대기가 궁금한 독자라면 2019년 그래미 최우수 뮤직 영화 후보에도 올랐던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이라는 영화를 한번쯤 보길 권한다.

‘Rock is Dead’라고 해도 별로 반박할 말이 없을 정도로 씬 자체가 쪼그라든 미국 록씬에서 그래도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밴드 ‘이매진 드래곤스(Imagine Dragons)’는 어떨까. 이들 정도 되어도 4회 노미네이션, 1회 수상이니 요즘 록 팬들 힘 빠지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현존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Itzhak Perlman의 생애를 다룬 영화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


J : Joe Satriani

기타 좀 쳐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름 ‘조 새트리아니(Joe Satriani)’. 현대적 개념의 인스트루멘털 록의 개념을 정립하였다는 평가까지 받는 이 위대한 기타리스트는 그래미가 ‘안’사랑하기로 유명하다. 비요크와 함께 단 한번도 수상하지 못한 최대 노미네이션 3위(총 15회)만 봐도 충분히 입증이 된다. 그 정도의 실력과 명성이면 언제든 공로상 정도는 충분히 받겠지만 한번 쯤은 앨범이나 곡으로 제네럴 필드에 우뚝 선 그의 모습을 많은 팬들이 바라고 있지 않을까.

기타 하면 또 빠질 수 없는 인물, ‘존 페트루치(John Petrucchii)’와 세계 최고의 베이시스트 중 한명인 ‘존 명(John Myung)’, 천재 키보디스트 ‘조던 루데스(Jordan Rudess)’, 전성기 시절 괴물급 가창력으로 유명한 ‘제임스 라브리에(James LaBrie)’. J 멤버로 가득한 프로그레시브 록의 상징 ‘드림 시어터(Dream Theater)’도 그래미가 외면하기로 유명하다. 그들의 음악적 성과를 생각해보면 노미네이션 단 2회에 그친 것은 꽤나 박하다는 평. 멤버 중 3명(존 페트루치, 존 명, 전 드러머 마이크 포트노이)이 그래미 수상자 최대 배출 학교인 버클리 음대 출신인 것을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하다.

Joe Satriani. 이 분에게도 수상을 기회를...


K : Kendrick Lamar, Kanye West

먼저 명반 제조기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켄드릭 라마가2015년에 발매한 ‘To Pimp A Butterfly’는 그 해 평단과 팬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그래미 올해의 앨범은 따 논 당상이다라고 까지 극찬을 받았었다. 롤링 스톤 잡지에서는 2015년 최고의 앨범으로까지 선정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미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당시 올해의 앨범은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1989’가 가져갔다. 그래도 켄드릭 라마는 이 앨범으로 2016 그래미 어워드 총 11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이 기록 부문에서는 ‘팝의 황제’ 바로 아래 자리를 가져가게 되었다.

다음은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다. 그래미에서 무려 총 70회의 노미네이션과 21번의 수상을 기록한 그야말로 힙합의 전설. 하지만 켄드릭도 카니예도 여전히 그래미 제네럴 필드를 단 한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피오나 애플 챕터에서 언급한 카니예의 역작, 피치포크 미디어로부터 만점을 받은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도 그 해 베스트 랩 앨범 수상은 했지만 제네럴 필드 영역에서는 철저히 배제됐다. 켄드릭은 2018년에 무려 ‘퓰리처’ 상을 받기라도 했지만 카니예는 음... 그리고 코리아(Korea). BTS만 생각했겠지만 그들 이전에 그래미에서 귀중한 업적을 남긴 한국인이 두 명 있다. 2012년 클래식 최고 기술상과 2016년 최우수 합창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한 음반 엔지니어 ‘황병준’, 그리고 별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조수미(1993년 클래식 오페라 최고 음반상)’.

2017 그래미 어워드에서 베스트 랩 앨범상을 수상하던 Kendrick Lamar. (사진 = grammy.com)


L : Legend, LA STAPLES Center

그래미의 특별 공로상에는 3가지가 있다. 하나는 음악 분야에서 경력 동안 공연 이외에 중요한 공헌을 한 개인에게 주는 ‘공로상’, 레코딩 분야의 뛰어난 예술적 가치와 창조적인 공헌을 일생동안 한 퍼포머’에게 주는 ‘평생 공로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악으로 지속적인 기여와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티스트에게 수여하는 ‘레전드(Legend)’ 상이 있다. 3개 중에 당연히 레전드 상을 받기가 더 까다롭고 어렵다. 지금까지 단 15명 만이 수상을 했고 가장 최근의 수상자도 무려 18년 전인 2003년에 수상한 비 지스가 마지막이다.

그리고 그래미 어워드의 또 다른 상징. 바로 ‘LA’다. 수많은 뮤지션들을 배출하고, 또 수많은 뮤지션들이 동경하는 이 도시의 거대 스포츠 콤플렉스인 ‘스테이플스 센터(STAPLES Center)’는 2000 년 이후 단 2번을 제외하고 그래미 어워드를 개최하는 곳이기도 하다. 참고로 스테이플스 센터는 LA를 상징하는 스포츠 팀인 NBA의 ‘LA Lakers’, ‘LA Clippers’, NHL의 ‘LA Kings’의 홈 스타디움이기도 하며 글로벌 K-POP 인기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KCON LA’가 열리는 장소기도 하다. 그리고 팝의 황제의 마지막 길을 애도하는 장례식장도 이곳에 세워졌었다.

2021년 그래미 어워드가 열리는 LA의 STAPLES Center.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끼고 참가하는 스타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 : Michael Jackson, Metallica, Maroon 5

그래미 어워드 총 38회 노미네이션과 13회의 수상. 레전드상과 평생공로상 수상. 전 챕터의 마지막에 언급된 ‘팝의 황제’. 바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다. 수많은 그의 히트곡들 중에서도 그래미에서 가장 큰 영광을 안긴 것은 1984년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 ‘Thriller’와 올해의 레코드로 뽑힌 ‘Beat It’이 아닐까.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와 함께 작곡하며 1986년 그래미 올해의 노래로 뽑힌 ‘We Are The World’도 뺄 수 없겠다. BTS의 ‘DYNAMITE’가 작년 한해 큰 성공을 거둔 데에는 ‘마이클 잭슨에 대한 훌륭한 오마주’가 한 몫 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그는 여전히 그리고 영원히 미국인들에게 기억될 아티스트가 아닐까.

2017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레이디 가가(Lady Gaga)’와 함께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보인 스래쉬 메탈의 대부 ‘메탈리카(Metallica)’. 작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함께 협연한 ‘S&M2’를 공개하며 50이 넘은 나이에도 쉬지 않고 내달리는 음악을 선보이는 이 메탈 아재들은 그래미에서 실적도 나쁘지 않다. 총 18회 노미네이션과 8회 수상. 하지만 이들도 아직 제네럴 필드 수상 영역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2005년 그래미 최우수 신인상 수상에 빛나는 ‘마룬 5(Maroon 5)가 2008년 베스트 보컬 듀어/그룹 팝 퍼포먼스 수상 이후로 그래미에서는 뜸한 게 의외라면 또 의외.

1984년 그래미 어워드를 석권하던 당시의 Michael Jackson. 오른쪽은 Quincy Jones (사진=grammy.com)


N : Norah Jones, Nirvana

지금까지는 그래미의 시각에서 본 게 많았다면, 반대로 그래미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아티스트는 누가 있을까? 아마도 많은 이들이 ‘노라 존스(Norah Jones)를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2003년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Come Away with Me’는 수상 이후에 더욱 유명해지면서 총 2,70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 그녀를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만들었다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1990년 대 짧고 굵게 미국 대중음악계를 헤집어 놓은 ‘너버나(Nirvana)’의 그래미 성적은 어떨까. 그들의 유일한 수상실적은 1996년 베스트 얼터너티브 뮤직을 수상한 ‘Unplugged In New York’ 앨범인데, 사실 이 수상을 놓고 말이 많긴 했었다. 충격적인 자살로 세상과 이별한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을 추모하는 성격이 짙었다는 평이 많았는데, 당시 경쟁했던 앨범이 바로 그래미가 ‘안’사랑하기로 유명한 비요크의 대표적인 명작 ‘Post’였기 때문. 아무튼 임팩트에 비해 수상실적이 그리 좋지 않은 너바나와는 달리 너바나 드러머 ‘데이비드 그롤(David Grohl)’이 있는 푸 파이터스가 그래미의 대표적인 애정밴드로 등극한 것을 생각하면 꽤 흥미롭다.

2003년 그래미 어워드의 주인공 Norah Jones  (사진=billboard.com)


O : OutKast, Old Town Road 

더티 사우스라는 미국 남부 힙합 스타일 형성에 큰 영향을 끼진 ‘아웃캐스트(OutKast). 이들을 언급한 이유를 힙합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아마 눈치챘을 것이다. 바로 그래미가 최초로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힙합 앨범의 주인공이기 때문. 아웃캐스트가 2003년에 발표한 ‘Speakerboxxx/The Love Below’가 힙힙 앨범으로는 최초로 그래미 최고의 영예를 안는 주인공이 됐다. 물론 이 앨범을 완전한 힙합 앨범으로 봐야 하냐는 데는 여러 의견이 있기 하지만...

힙합과 컨트리의 결합이라는 생소한 시도를 성공적인 결과물로 뽑아낸 ‘릴 나스 엑스(Lil Nas X)’의 최고 히트곡 ‘Old Town Road’도 언급할 필요가 있겠다. 팝 음악계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이 노래가 2019년 얼마나 대단한 성공을 거뒀는지 충분히 알 것이라고 본다. 사실 그저 그런 곡으로만 남을 뻔 했지만 이 곡에 엄청난 숨결을 불어 넣은 이가 있었으니 바로 ‘마일리 사일러스(Miley Cyrus)’의 아버지이자 미국 컨트리 음악계의 대부인 ‘빌리 레이 사이러스(Billy Ray Cyrus)’. 빌리가 피처링한 버전은 무려 19주 동안 빌보드 1위 차트와 연말 차트 1위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며 릴 나스 엑스를 슈퍼 스타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이 노래는 그래미 어워드의 제네럴 필드 영역을 수상하는 데는 실패하면서 이런저런 뒷말을

남기기는 했다. 바로 전년도의 Despacito처럼...

2004년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한 OutKast의‘Speakerboxxx/The Love Below’


P : P...too much, Performance

워낙 서양권의 사람 이름에 많이 쓰이는 알파벳이다 보니 그래미의 사랑을 받은 레전드 아티스트들도 한 트럭급이다. 큰 설명이 필요 없는 이들이 많아 수상실적 위주로 몇몇을 간단히 소개한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모던 클래식 작곡가 ‘피에르 불레즈(Pierre Boulez, 67회 노미네이션과 26회 수상), 재즈 기타리스트들의 영원한 사부 ‘펫 메스니(Pet Metheny, 37회 노미네이션과 20회 수상), 리빙 레전드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79회 노미네이션과 18회 수상), 전 미국인이 사랑한 전설적인 포크 듀오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멤버 ‘폴 사이먼(Paul Simon, 35회 노미네이션과 16회 수상), 미국 대중음악계의 대표적인 트렌드 세터 ‘퍼렐 윌리암스(Pharrell Wiliams, 38회 노미네이션과 13회 수상), 전설이 된 천재 아티스트 ‘프린스(Prince, 38회 노미네이션과 8회 수상)...

수상자가 누가 되는 것보다 사실 더 재미있는 건 그래미에서 어떤 ‘퍼포먼스(Performance)’가 펼쳐지냐 일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회자되는 굉장한 퍼포먼스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딱 하나 뽑아보자면 공연이 아닌 2017년 57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3관왕을 차지한 아델이 트로피를 반으로 쪼개 버린 사건을 조심스럽게 언급해 본다. 당시 경쟁자였던 비욘세의 6집 ‘레모네이드(Lemonade)’가 워낙 굉장한 평을 얻었기에 아델의 수상이 꽤나 논란이 될 수 있었는데, 아델의 이 퍼포먼스(?)로 그래미가 조금은 몸을 사릴 수 있지 않았을까.

2017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본인의 트로피 중 하나를 쪼개며 비욘세를 향해 가는 Adel의 Performance(?)가 무척 화제였다. (사진=유튜브 Clevver News 캡쳐)


Q : Quincy Jones, Queen

그래미 어워드 총 80회 노미네이트와 28회 수상.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 바로 ‘퀸시 존스(Quincy Jones)’이다. 1984년 올해의 앨범 ‘Thriller’와 올해의 레코드 ‘Beat It’, 1986년 올해의 레코드 ‘We Are The World’, 1991년 올해의 앨범 ‘Back on the Block’등이 그가 제네럴 필드에서 거둔 성적이며, 공로상(1989년)과 레전드상(1992년)도 당연히 수상하였다. 장르 필드로 가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팝, R&B, 재즈, 기악, 뮤직 비디오, 낭독 앨범,뮤직 영화, 보컬 편곡 까지 대중음악의 대부분의 장르 영역에 통달한 장인의 면모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2018년 영화 ‘Bohemian Rhapsody’를 통해 한국인이 더욱 사랑하는 밴드로 등극한 ‘퀸(Queen)’은 그래미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퀸의 팬들이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4회 노미네이션에 수상 실적은 0. 뭐, 퀸 정도 되는 밴드에게 수상 실적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하는 팬들이라면 쿨하게 넘어가보자.

정작 이들을 다룬 영화 ‘Bohemian Rhapsody’는 오스카에서 4관왕이 됐건만...


R : Ray Charles, Rihanna, Radiohead

20세기 미국 소울 음악의 대표주자 ‘레이 찰스(Ray Charles)’. 바로 아래 챕터에서 빠질 수 없는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에게 지대한 영역을 끼친 이 위대한 아티스트가 2004년 세상을 떠난 후 발표한 사후 앨범 ‘Genius Loves Company’가 이듬해인 2005년 그래미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것을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노라 존스와 함께 한 ‘Here We Go Again’도 이 때 올해의 레코드를 수상하면서 2005년 그래미 어워드는 소울 거장을

성실히 추모하는 행사가 됐었다.

21세기 빌보드의 여왕, 슈퍼스타 ‘리아나(Rihanna)’는 총 33회 노미네이션 됐고 그 중 9번을 수상했다. 의외로 아직 제네럴 필드 수상 이력은 없다.

대한민국 밴드키드들의 우상 중 하나인 ‘라디오헤드(Radiohead)’는 어땠을까. 총 18회 노미네이션과 3회 수상을 기록했다. 아마 수많은 라디오헤드 팬들은 명반 ‘OK Computer(1997년 올해의 앨범 노미네이션)’와 ‘Kid A(2000년 올해의 앨범 노미네이션)’가 무척 아쉬울 수 있겠다.

정작 본인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이미지이긴 하지만...

2004년 사후 발표된 ‘Genius Loves Company’로 2005년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소울 음악의 거장 Ray Charles (사진=grammy.com)


S : Stevie Wonder, Santana

P 챕터에서 언급한 폴 사이먼은 1975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Still Crazy After All These Year’로 올해의 앨범을 수상하고 이런 소감을 남기며 관객들에게 폭소를 안겨줬다. “I’d like to thank Stevie Wonder, who didn’t release an album this year(스티비 원더에게 고맙습니다. 올해 앨범을 안 내줘서 말이죠).” 그래미 어워드 총 74회 노미네이션과 25회 수상을 기록한 전설이기에 들을 수 있는 농담이 아니었을까. 바로 전년도인 1974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Fulfillingness' First Finale’로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스티비 원더였기에 폴 사이먼의 저런 엄살도 이해가 간다. 더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듬해 전성기 최고 앨범으로 꼽히는 ‘Songs In The Key Of Life’를 발표하며 1976년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으로 또 선정되었다는 사실. 내는 앨범마다 그래미 최고상 수상이라면 더 큰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전주의 기타솔로를 듣는 순간 누구나 얼굴을 찡그리며 심취하게 만드는 명곡 ‘Smooth(1999)’는 ‘산타나(Santana)’에게 그래미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것으로 유명하다. 당대의 핫 보컬리스트인 ‘매치 박스 트웬티(Match Box Twenty)’의 ‘롭 토마스(Rob Thomas)’가 작곡과 피처링을 한 이 곡은 2000년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레코드(Smooth), 그리고 올해의 앨범(Supernatural)으로 선정되며 산타나가 미국 대중음악의 20세기를 화려하게 마무리 짓는 주인공으로 등극하게 만들었다. 

1970년대 그래미의 제왕 Stevie Wonder. (사진=grammy.com)


T : The Weekend, Taylor Swift

그래미의 굉장히 대조적인 태도를 알 수 있는 두 아티스트를 소개한다. 당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만이 설 수 있는 미국 최고의 이벤트 ‘슈퍼볼 하프타임 쇼’의 2021년 헤드라이너로 선정된 캐나다 출신의 슈퍼스타 ‘더 위켄드(The Weekend)’. 그런데 그의 이름을 그래미 홈페이지에서 검색해서 몇 차례나 수상했는지 보려고 했더니 10회 노미네이션과 3회 수상. 그런데 단 한 차례도 제네럴 필드 후보에는 오른 적이 없다. 지금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2021년 슈퍼볼 하프 타임쇼의 헤드라이너가 장르 필드의 후보조차 오르지 못했으니...그래서 2021년 그래미 어워드는 자칫 최악의 그래미가 될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그래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바 있는 대선배 엘튼 존을 비롯한 많은 동료 아티스트들이 ‘홀대’ 논란에 대한 비판의 글을 각자의 소셜 미디어에 올리면서 논란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보수적이다를 넘어 부패했다라는 비판까지 듣는 그래미가 과연 내년에도 더 위켄드를 외면할 수 있을가? 아니, 그전에 왜 이렇게까지 외면하는지 이유라도 들어보고 싶긴 하다.

반면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에게는 보내는 그래미의 눈빛에 하트가 가득 차 있음을 짐작하는 게 어렵진 않다. 총 41회 노미네이션과 10회 수상, 그 중 두 차례의 올해의 앨범상 수상(2010년 Fearless, 2016년 1989)등 그래미에서 그녀가 이룬 성과도 무척 대단하다. 다만 2016년의 경우 경쟁자가 당시 음악적으로 대단히 호평 받는 앨범을 낸 켄드릭 라마였다는 게 문제. 전년도의 경우 대중성보다는 음악성을 잣대로 ‘벡(Beck)’의 ‘Morning Phase’에게 올해의 앨범을 줘놓고 이듬해에는 훨씬 대중적으로 성공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1989’를 선정하니 말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그것도 2년 연속 수상자는 백인, 떨어진 사람은 흑인이었으니... 그래미가 이 때 인종차별 논란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점은 꽤나 명백해 보인다.

2020년 곳곳에서 전 세계 대중음악 최고의 앨범으로 인정 받는 The Weekend의 ‘After Hours’. 단, 그래미 빼고...


U : U2

음악인들에게도 ‘전성기’라는 게 분명 존재한다. 아무래도 그래미 어워드와 같은 일생에 한번 있을까 하는 영광을 차지하는 건 보통 그 아티스트들의 전성기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올해의 앨범과 같은 아티스트 일생의 혼을 담아 만드는 결과물을 인정해주는 상을 여러 번 받은 아티스트들을 보면 비슷한 시기에, 첫 번째 수상 이후 적어도 10년 이내에는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딱 한 아티스트가 이런 사실을 반박할 수 있다. 바로 ‘U2’. U2는 지금까지 두 번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했는데 첫 번째는 그들의 첫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88년 수상작 ‘The Joshua Tree’. 그리고 그 다음이 무려 18년 뒤에 발표한 ‘How to Dismantle an Atomic Bomb’이다. 이런 사례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세월에 흐름에 따른 음악적 변화를 팬들과 평단이 모두 인정해 준다는 것. 사실 이 18년이라는 숫자로 인해 그 중간에 U2가 그래미 수상실적이 없는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는데 2000년 ‘Beautiful Day’로 베스트 레코드와 베스트 송을, 2001년에는 ‘Walk On’으로 베스트 레코드를 받으면서 건재를 과시 중이긴 했다. U2는 이외에도 총 46회 노미네이션과 22회 수상을 기록하는 등  그래미가 사랑하는 대표적인 록 밴드 중 하나다.

2006년 ‘How to Dismantle an Atomic Bomb’으로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했던 U2 (사진=grammy.com)


V : Various Artists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아메리칸 하드 록의 대표 주자로 손꼽힌 ‘밴 헤일런(Van Halen)’. 굉장한 인기를 얻은 그들이지만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큰

성과를 남기지는 못했다(4회 노미네이션, 1회 수상). 하지만 2021년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시상식 동안 이들이 언급될 가능성이 무척 커 보인다. 지난 해 세상을 떠난 밴 헤일런의 심장 ‘에디 밴 헤일런(Eddie Van Halen)’을 추모하는 자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밴 헤일런 팬 들의 기대. 참고로 2020년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불의의 사고로 숨진 NBA의 영웅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yant)’를 진행자인 앨리샤 키스(Alicia Keys)가 추모하면서 시상식이 시작됐었다.

모든 대중음악과 관련된 결과물을 다루는 자리인 만큼 당연히 ‘OST’도 후보에 오르곤 한다. 대부분 ‘Various Artists’라는 이름으로 오르는데, OST가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경우는 3번 있다. 첫 번째는 비 지스가 참여한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의 OST (1979년 수상), 두 번째는 불세출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이 주연을 맡은 영화 ‘보디가드(The Bodyguard)’의 OST (1994년 수상), 마지막으로 2002년에 수상한 영화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O Brother, Where Are Thou?) OST다.

OST(Various Artists) 최초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했던 ‘Saturday Night Fever’에 참여했던 Bee Gees.(사진=grammy.com)


W : Will Smith, Walt Disney

힙합 음악의 높아지는 인기와 함께 그래미는 1989년 시상식에서 ‘Best Rap Performance’ 부문을 신설하고 수상자를 발표했는데 ‘Parents Just Don’t Understand’라는 곡을 발표한 ‘DJ Jazzy Jeff & The Fresh Prince’에게 초대 수상자라는 영광이 안겨졌다. 곡 제목도 그렇지만 ‘The Fresh Prince’라는 심히 오글거리는 활동명을 지은 주인공. 바로 본인이 주연한 영화 8편을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연속으로 1억 달러 이상을

기록한 전설의 배우 ‘윌 스미스(Will Smith)’이다. 곡 제목을 다시 돌이켜보면 ‘트인낭(트위터는 인생의 낭비)’ 실전편을 보여주고 있는 그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Jaden Smith)’와의 관계가 참 흥미롭게 느껴진다. 윌 스미스는 이후로도 그래미 어워드 랩 장르 필드에서 솔로로도 수상(총 3회)하며 배우와 래퍼 모두로 성공한 커리어를 보여주게 된다.

영화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래미 어워드에서 높은 확률로 상을 받아가는 영화들은 바로 ‘월트 디즈니(Walt Disney)’의 애니메이션들이다. 바로 위에서 소개한 윌 스미스가 ‘지니’로 등장한 실사영화 ‘Aladdin’의 1992년 원작 애니메이션 OST의 수록곡 ‘A Whole New World’는 1994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무려 올해의 노래를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트로피 모양을 보니 그가 오스카 말고 그래미를 수상했던 것도 사실이다.


X&Y&Z : Generation 'Z'

X,Y 키워드가 마땅치 않아 Z랑 묶어서 소개하도록 한다. 아마 ‘Z 세대(Generation Z)’라는 말을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1996년~2010년 초반 생의 10,20대 젊은 층을 일컫는 말로 이 세대의 특징은 어렸을 때부터 인터넷과 스마트 폰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SNS로 대표되는 ‘개방’과 ‘공유’를 중요시 여긴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이 Z 세대를 상징하는 인물이 현재 누구냐고 묻는다면 많은 이들이 빌리 아일리쉬를 첫 손에 꼽을 것이다. 위 챕터에서도 설명했듯 기존 대중음악과는 확실히 결이 다른 그의 음악은 ‘Bad Guy’라는 대표곡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고 어른들의 눈에는 괴상하게 보일 이 10대는 말 그대로 Z 세대의 상징이자 2020년 초반 대중음악계를 이끄는 슈퍼스타로 성장했다. 작년 그래미 어워드는 그야말로 빌리 아일리쉬의 독무대였다. 데뷔 앨범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는 올해의 앨범, ‘Bad Guy’는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그리고 빌리 자신은 올해의 신인 아티스트로까지 선정되면 한해 제너럴 필드 4관왕(1981년 크리스토퍼 크로스 이후 두 번째)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게 된다. 여전히 만 10대에 불과한 이 ‘Young Artist’의 진화는 계속 될 수 있을까. 빌리는 2021년 그래미 어워드에서도 ‘Everything I Wanted’로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부문 후보로 오르게 됐다. 올해는 만만찮아 보인다.

빌리 아일리쉬가 2020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괴물 같은 성적을 거두게 만든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