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한 자리에...배철수의 음악캠프 Live at the BBC

30년 동안 언제나 그 자리에, 배철수의 음악캠프 Live at the BBC


저녁 6시. 아직 라디오의 향수를 기억하는 이들도, 혹은 그냥 이 아저씨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 사람도, 오늘은 무슨 팝송이 나올까 궁금한 이들도 하나의 주파수에 맞춰 귀를 기울인다. 그러기를 30년의 세월이 지났다. 움푹 파인 광대뼈에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깡마른 DJ 아저씨는 30년 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 자리를 지키며 이 땅에 ‘Pop Music’을 전파해왔다. 맞다. 배철수 이야기다. 자신을 늘 ‘행복한 사람’이라고 칭하는 이 DJ는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다며 겸손하게 손사래를 치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무려 3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켰다. 그가 오랜 세월 성실하게 청취자들과 만나온 날들을 기념하며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팝의 본고장인 영국 런던을 찾아 ‘BBC 마이다 베일(Maida Vale) 스튜디오’에서 지난 2월 17일부터 2월 21일까지 5일 간 생방송을 진행했다.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아야 함이 마땅한 방송에서도 그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뒤숭숭한 조국을 걱정하며 말을 아꼈다. 그래도 그 말투는 여전히 덤덤했다. “모두 힘내시자고요. 광고 듣겠습니다.” 배캠이 걸어 온 30년의 발자취. B-side가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Editor: Jeongeun Song


매일 저녁 6시, 비엔나 심포닉 오케스트라 프로젝트가 연주한 ‘Rolling Stones’의 ‘(I can’t get no) Satisfaction’과 함께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도 많다. 

참고로 이 시그널 송은 ‘작은거인’ 가수 김수철씨가 추천해준 곡이라고 한다.


김경옥, 임진모, 280 _ 30년을 이어온 프로그램이다 보니 방송사적인 기록도 많다. 단일 DJ로 30년간 마이크를 잡은 배철수 DJ 뿐 아니라, 단일 프로그램 최장수 작가인 김경옥 작가, 24년 째 코너지기를 맡고 있는 최장수 게스트 임진모 평론가, 국내 라디오 역사상 최다 해외 아티스트 출연(280팀)이라는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들이 많다.


배순탁 _ 배캠에서는 작가 겸 DJ의 화풀이 대상 겸, 아티스트 체어맨(?)겸 대단히 다양한 일을 하는 멀티 플레이어. 배캠을 벗어나면 꽤나 인정받는 음악평론가다. 필자가 배순탁의 팬이 된 계기. 어느 날 배캠에서 어떤 청취자가 노래를 추천해 달랬더니 ‘UEFA Champions League Anthem’을 틀었다. 그래 맞다. 축구 좋아하는 여러분이 주구장창 들었던 ‘챔스 노래’ 말이다. 여러모로 재미있는 작가다.


25초 _ 30년 간 방송을 진행하면 방송사고도 많았을 것  같은데 의외로 딱 한번 있다고 한다. 방송 10년 차 쯤, 배철수 DJ는 늘 그렇듯 스튜디오에서 음악 모니터링을, PD는 섭외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방송 시작 시간인 6시가 지난 줄 몰랐던 것. 허둥지둥 음악을 틀어보려 했지만 당황한 탓에 아무것도 나가지 않고 25초가 지났다고 한다. 세상에...


직접 믹싱 콘솔을 조작하는 배철수 DJ. 


7000회 기념 음반 _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이 내한을 하면 배캠을 들르는 건 어찌 보면 필수 코스라 할 수 있다. 누가 왔다 갔는지 다 언급 하자면 끝도 없으니 다른 걸 살펴보자. 2009년 5월 17일 배캠은 7000회 방송을 기념하며 각 시대를 대표하는 팝송을 모아 컴필레이션 음반을 발매했다. 그리고 그 음반의 첫 수록곡은 약 10년 후 대한민국에 올드팝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의 노래가 되는데... 바로 ‘Queen’의 ‘Love of My Live’이다.


2020년 2월 17일 런던 BBC Maide Vale 스튜디오에서 열린 배캠 30주년 특별 생방송 Day 1 게스트는 '2002의 주인공 앤 마리(Anne-Marie)였다. 

(출처: Youtube MBC Radio봉춘라디오)


BBC Maida Vale Studio _ 30년 간 묵묵히 한 자리에서 팝음악 전파를 위해 노력한 이들을 위해 30주년 기념 방송은 런던 BBC의 마이다 베일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5일간 자리를 빛내준 게스트들을 살펴보자. ‘2002’의 주인공 Anne-Marie, ‘Tell Me It’s Not Over’를 부른 ‘Starsailor’의 보컬 James Walsh, 2019 BRIT Awards 신인상의 주역 Tom Walker, 대한민국 록의 자존심 윤도현, 개인 일정으로 스위스 갔다가 캐스팅 당한(?) 배우 유해진까지… 마지막 날 방송에서 배우 유해진씨의 클로징 멘트가 인상적이었다. “다들 힘드실 텐데 얼른 마스크 훌훌 벗고 돌아다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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